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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덕의 계보-니체-9(제2논문)

by Ang ga 2025. 4. 11.

14. 형벌은 양심의 가책을 일으키지 않는다

 

형벌과 '양심의 가책'은 무관하다

 

사람들은 형벌이 죄의식, 즉 양심의 가책이나 회한을 일으킨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과 역사를 보면 이는 심각한 오해다.

  • 감옥이나 교도소는 결코 양심의 가책이라는 감정이 자라나는 곳이 아니다.
  • 형벌은 오히려 인간을 냉소적이고 냉혹하게 만들며, 저항감과 소외감만을 증폭시킨다.

 

형벌은 죄책감을 억제한다

 

역사적으로 형벌은 죄책감을 발달시키기보다 오히려 억제하는 기능을 해왔다.

  • 범죄자는 재판이나 처벌 과정에서 정의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폭력을 직접 목격하며 자기 죄를 비난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 간첩, 매수, 고문, 살해 등 수많은 폭력이 합법적으로 정당화되는 현실을 보며 양심의 자극보다는 냉소와 혼란을 경험한다.

15. '양심의 가책'은 자연적 감정이 아니다

 

스피노자의 통찰: 양심은 슬픔이다

 

스피노자는 양심의 가책을 단순한 슬픔, 즉 “기대에 반한 과거의 기억에 수반된 슬픔”이라고 정의했다.

  • 즉,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가 아닌 "예상 밖의 실수를 저질렀구나"라는 감정에 가깝다.
  • 스피노자는 선악을 인간의 상상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 형벌은 사람들이 더 신중하게,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만드는 기제일 뿐,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들지는 않는다.
  • 오히려 형벌은 사람을 더 교활하게, 혹은 더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

16. 양심의 가책은 내면화의 부산물이다

 

양심은 '길들여진 인간'의 병이다

 

니체는 양심의 가책을 인간이 겪은 가장 근본적인 진화적 변화의 결과라고 본다.

  • 인간은 야생과 전쟁의 삶에서 벗어나, 사회와 평화의 규범 안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순간, 본능은 방향을 잃고 자기 안으로 향하게 된다.

 

본능의 억압이 내면을 낳다

 

밖으로 발산되지 못한 본능은 인간의 내부로 침전되었고, 그렇게 생긴 내면세계가 바로 영혼의 기원이 되었다.

  • 적을 공격하고 파괴하던 본능은 자기 자신에게로 향했고, 인간은 자신을 찢고 괴롭히는 존재가 되었다.
  • 잔인함의 내면화, 이것이 양심의 가책의 기원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죄인으로 여기며, 자기 본능에 대해 증오를 품기 시작한다.

  • 자신에게서 동물성을 제거하며, 스스로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병에 빠진다.
  • 인간은 자기 존재를 괴로워하는 존재가 되었고, 그 안에서 인류는 지금도 치유되지 않은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약속’ 그 자체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고통은 인간에게 심연의 깊이, 예측 불가능성, 역설성을 부여했다.

  • 인간은 이제 미래를 향한 약속, 자기 초월의 가능성, 위대한 도박의 주체가 되었다.
  • 그는 단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로 향하는 다리’,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가 되었다.

17. 양심의 가책은 폭력에 의해 내면으로 돌려진 자유의 본능이다

 

국가는 계약이 아닌 폭력으로 시작되었다

  • 양심의 가책의 기원은 점진적 발전이나 자발적 변화가 아니라, 폭력과 단절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본다.
  • 국가의 기원은 지배자 종족, 즉 금발의 맹수 같은 정복자 무리가 미개한 민중을 폭력적으로 짓눌러 조직화하면서 시작되었다.
  • 이들은 형태를 창조하고 질서를 세우는 무의식적인 예술가들이며, 본능적으로 형식을 새기고, 그 지배 행위를 통해 문명을 구성했다.
  • 이때 양심의 가책은 이들 지배자 안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억압한 피지배자들 안에서 자라난 결과물이었다.

 

억눌린 자유는 내면화되어 자기에 대한 폭력으로 전환된다

  • 억눌린 자유 본능은 외부로 향하지 못하고 내면으로 향하면서 양심의 가책이 형성된다.
  • 이는 자유를 향한 본능이 자기 자신에게 향해져 고통과 분열을 낳는 자기 공격의 형태로 변질된 것이다.
  • 다시 말해, 양심의 가책은 타자를 향하던 폭력이 내면으로 향한 결과로 태어난 것이다.

18. 양심의 가책은 내면의 예술이며,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조건이 되었다

 

자기 학대는 예술적 충동의 또 다른 모습이다

  • 조용하고 폐쇄적인 내면의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을 재료로 하여 양심의 가책이라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냈다.
  • 이는 스스로를 조각하고 비판하며 학대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잔인함의 쾌감을 경험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추에서 자각이 생기고, 아름다움이 출현한다

  • 자기 부정, 자기 희생, 자기 모순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전제 조건이다.
  • 만약 추악한 것이 "나는 추하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아름다움이라는 개념 자체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 결국 비이기적인 것의 도덕적 가치 또한 자기 학대, 즉 양심의 가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19. 양심의 가책은 병이며, 동시에 ‘신’의 기원을 가능케 했다

 

양심의 가책은 병이다 – 하지만 ‘임신과 같은 병’이다

  • 양심의 가책은 고통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무엇이 태어난다.
  • 그 병의 발단은 현재 세대가 선조에 대해 채무 의식을 갖기 시작하면서 나타난다.
  • 고대 사회에서는 조상의 희생에 대한 보답의식이 지배적이었고, 그것은 ‘법적 채무’로 간주되었다.

 

선조에 대한 채무의식은 점차 ‘신에 대한 공포’로 발전한다

  • 종족이 성장할수록 선조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하고 신성한 것으로 인식되며,
  • 그 결과 선조는 신의 모습으로 신격화된다.
  • 이때 신의 기원은 공포에서 비롯되며, 경건함이나 사랑은 후대의 추가적 의미일 뿐이다.
  • 고귀한 종족일수록 조상에게 자기 특성과 영광을 되돌려 주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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