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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13

by Ang ga 2024. 6. 8.

4. 코드 없는 시대의 국가-들뢰즈/가타리의 주제에 기반한 기초 소묘

 

4-1. 코드화 · 초코드화 · 탈코드화

 

문화는 착란된 자연을 바로잡으려는 힘과 그것에 반발하는 힘의 드라마로 구성됩니다. 『도덕의 계보학』에서 니체는 인간을 메모리 장치가 파손된 자동기계에 비유하며, 이러한 상태를 고통을 통해 상징적 메모리로 교체하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문화가 안정된 구조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직적 힘이 사회 전체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러한 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합니다: (1) 코드화-원시 공동체, (2) 초코드화-고대 전제국가, (3) 제한된 탈코드화-근대 자본주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모스가 발견한 증여의 원환이 중요합니다. 원시 공동체는 일방적인 증여가 받는 사람에게 부채를 부과하고, 이를 통해 코드화된 사회적 규칙이 형성됩니다. 이 과정은 본능의 규제를 잃은 욕망의 흐름을 코드화하는 것으로, 레비스트로스가 발견한 상징적 질서의 기초가 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원시 공동체가 수직적 지배 관계로 전환됩니다. 공동체 간의 정복이나 지배, 내부 위협에 대한 대응 등이 이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는 왕이 신하들 위에 군림하는 피라미드형 구도로 나타나며, 이러한 구조는 초코드화로 설명됩니다.

 

초코드화 단계에서도 공동체와 그 규제를 담당했던 코드는 완전히 해체되지 않고, 피라미드 구조 내에서 다시 재편됩니다. 원시 공동체는 탈대지화되지만, 왕의 신체인 왕국 위에서 다시 대지화됩니다.

 

왕은 절대적 채권자로서 개인들에게 무한한 부채를 부과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부채는 개인의 존재를 왕의 선물로 만드는 동시에 체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왕의 초월적인 성격은 근친상간을 통해 강조되며, 이는 왕이 규정 바깥에서 새로운 규정을 선언하는 위치에 오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왕과 신하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왕에 대한 숭배는 잠재적 원한과 함께합니다. 이런 복잡한 관계 속에서 욕망의 흐름이 코드화와 초코드화에 의해 규제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존재합니다.

 

근대 자본주의는 탈코드화를 원리로 하며, 모든 것을 양적인 흐름으로 끌어들이는 사회입니다. 화폐는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들고, 자본화된 화폐는 자유롭게 변형되면서 세계를 자기 운동으로 흡수합니다. 이는 과잉된 상스를 일정한 방향으로 흘려보내는 전략으로, 더 이상 과잉을 폭발시키거나 왕의 초월성으로 모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은 공리계로, 이는 양적인 흐름의 운동을 조정하는 관리 규칙입니다. 코드와 달리 공리계는 질적인 위치를 규정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여과장치로서 근대의 욕망 무정부주의를 규제합니다.

 

근대의 사적인 인간은 가족에 연결되어 오이디푸스화되면서 정형적인 주체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욕망의 다형성이 규제되고, 주체는 스스로에 대한 부채를 내면화하여 무제한으로 달려야 합니다. 이제 주인은 존재하지 않지만, 노예가 아닌 자도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한은 자기 자신에게 반려되며, 이는 꺼림칙한 양심의 시대로 이어집니다.

 

4-2. 3단계 도식과 역사

 

국가를 다루기 전에 이 도식(들뢰즈/가타리의 3단계 도식)에 대해 몇 가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우선 이 도식은 하나의 유형에 불과하며, 역사적으로 그대로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고대 전제국가에 앞서 원시 공동체가 존재했다는 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실제로 국가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는 것이 들뢰즈/가타리의 견해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코드화와 초코드화를 독립된 두 개의 메커니즘으로 추상화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초코드화 피라미드의 경우, 이 도식은 고대 서남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에는 잘 부합되지만 이들과 근대의 중간에 위치하는 역사적 형태들에는 잘 부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들뢰즈/가타리는 보충적인 유형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이를 다루지 않습니다. 이처럼 3단계 도식은 직접적으로 역사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뿌리는 어디까지나 역사적인 사유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사이비 인간학의 보편성을 배제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이 도식은 헤겔의 인정투쟁론, 맑스의 가치형태론, 프로이트의 친부살해론을 종합한 이론들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초기 인간들이 서로 우연히 만나는 평면은 풀기 어렵게 뒤엉킨 모순의 장이며, 전원이 서로를 공격해 살육하는 카오스의 장입니다. 이 혼란을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은 전원이 일치해서 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과잉된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등에 짊어진 사자는 초월적인 위치에 서서 금지의 말을 발합니다. 그 결과로 각 개인은 절대적인 제3자인 초월자에게만 자신을 맡기고 동일화하게 됩니다. 이 초월자는 신, 왕, 아버지, 또는 상징적 질서이며, 재물의 세계에서는 화폐입니다.

 

이 이론이 보여주는 도식은 초코드화와 거의 같은 꼴이지만, 문제는 이것이 인간학적 보편성을 갖는 것으로 제시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신학적, 전제적, 부권적인 체제를 역사적인 필연성으로 날조하여 다른 연구를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원시 공동체나 근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게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의 전제를 의심해보아야 하며, 상징적 질서에 참여하기 이전의 개인들이 만나는 장면에서 출발하는 것은 매우 인위적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처음에 카오스가 있고, 그 후에 문화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란 처음부터 카오스를 바로잡으려는 힘과 그것에 반발하는 힘의 극이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상대화는 특히 근대 국가를 다루려는 우리에게 불가결합니다. 근대는 중심 없는 시대입니다. 초코드화는 중심을 블랙홀 같은 초월적인 위치에 두고 그것과의 절대적인 포텐셜 차이에 의해 상징적 질서를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탈코드화는 이러한 중심을 소거하는 것이며, 이는 근대로의 첫 걸음입니다. 신이 죽고 왕의 목이 베어짐으로써 화폐가 몰래 축적되기를 멈추고 유통 가운데 던져질 때 근대가 시작됩니다.

 

근대 자본주의에서 화폐는 더 이상 정적인 상징적 가치 체계의 정점에 있지 않습니다. 화폐는 욕망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끌어들이며, 이는 상징적 가치 체계를 탈코드화합니다. 이러한 금(돈)과 화폐의 대비는 과잉을 한 점에 모으는 전략과 일상적인 전진 운동 가운데로 흘려보내는 전략의 대비와 유사합니다. 이는 코드화, 초코드화의 단계에서 탈코드화와 공리계의 단계로 이행할 때 가시적인 위계 대신 비가시적인 중심 없는 정류기를 발견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중심이 상대화될 때 중심을 거울로서의 주체로 보는 관점도 변경되어야 합니다. 개인은 상징적 질서의 중심인 초월자에 동일화함으로써 주체가 됩니다. 알튀세르의 표현에 따르면 대주체와 유사한 소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들뢰즈/가타리 이론에서 주체는 보편성을 갖지 않습니다. 초코드화 단계에서도 개인은 주체로서가 아니라 초기계의 다양한 부품으로서 형성됩니다. 초기계의 체계가 해체되어 개인들이 방출될 때, 비로소 개인을 오이디푸스화한 정형적인 주체로 만드는 것이 문화의 과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