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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14

by Ang ga 2024. 6. 10.

4-3. 원(原) 국가와 근대 국가

 

들뢰즈와 가타리는 국가를 초코드화의 기구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설명하며, 이 도식에 기반하여 국가의 위치와 역할을 논의합니다. 이들은 국가장치를 "일정한 한계와 조건하에서 초코드화의 기계를 실현하는 재속령화의 구조"로 정의합니다. 이러한 국가장치는 사회 전역에 침투하는 미시적 그물로서 존재하며, 이는 알튀세르가 주장한 국가의 이데올로기적 장치와 유사합니다.

 

근대를 제외하고 생각하면 국가를 초코드화의 기구로 보는 것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그러나 근대를 포함하면 상황은 복잡해집니다. 근대 국가를 초코드화의 원리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들뢰즈와 가타리도 근대 이전의 국가와 근대 국가 사이의 격차를 인식하고 있으며, 전자는 "초코드화의 초월적 패러다임"인 반면 후자는 "탈코드화된 흐름들의 공리에 내재적인 현실화의 모델"이라고 설명합니다. 근대 국가는 탈코드화된 흐름의 내재적인 통제자로 간주되어야 하며, 이는 초월적인 중심에 의해 지탱되는 가시적인 위계와는 반대로 무대의 전면에서 물러나 비가시적인 이면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근대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 중 하나는 탈코드화를 촉진함과 동시에 공리계의 규칙을 어기는 탈코드화를 억압하는 것입니다. 이는 범죄자나 광인의 감금, 생산 기술의 향상이나 수요의 확대, 경제 활동의 폭주 규제 등을 포함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만으로는 공적인 영역에서 논의가 끝나버립니다. 근대 국가는 사적인 영역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하면서 일상적으로 움직이는 정류기로서의 역할을 강조해야 합니다.

 

근대 국가의 국가장치는 정형적인 주체를 만들어내고, 흐름 가운데서 주체는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가면을 쓰게 됩니다. 알튀세르는 중세에는 가족과 교회가, 근대에는 가족과 학교가 주요한 국가장치라고 주장합니다. 중세에는 아이들이 일정한 신분의 자녀로 양육되어 일정한 세계관을 교육받았지만, 근대가 되면 가족은 사회성을 박탈당하고 오이디푸스 삼각형으로 축약되며, 과학은 여러 세계관을 탈코드화하여 형성됩니다. 국가장치로서의 가족과 학교는 아이들을 오이디푸스화된 '독립적' 주체로 형성하며, 지적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 됩니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군주제하의 신체형과 근대 파놉티콘의 경제학을 대비시킵니다. 군주제에서는 왕의 권력이 과잉된 폭력으로 신체형을 통해 표현되었지만, 근대에서는 권력이 비인칭화되어 사회 전역으로 확산됩니다. 이 권력은 파놉티콘을 통해 개개의 주체에 내면화됩니다. 죄수는 감시인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언제나 감시당할 수 있다는 공포로 인해 스스로를 감시하게 됩니다.

 

벤담의 파놉티콘은 단순한 감옥의 모델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폴라니는 벤담이 이 장치를 자신의 공장에 적용하려 했으며, 빈민을 죄수로 대치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파놉티콘의 원리가 추상적인 형태로 근대 사회 전체에 일반화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푸코는 파놉티콘의 도식이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으며, 이데올로기 국가장치의 기능적 원리를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파놉티콘의 구체적인 형태에 구애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보드리야르와 글뤽스만은 파놉티콘의 중심을 실체화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체에 내면화된 비인칭의 시선입니다. 이러한 오해를 바탕으로 파놉티콘의 종언을 논하는 것은 경솔합니다. 

 

4-4. 국가와 민족

 

근대 사회에서 가족은 중요한 역할을 가집니다. 가족은 근대의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서 주체를 형성하고 사회로 내보내는 정류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사회로 내보내진 주체들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탈코드화된 흐름을 따라가야 하고, 이 흐름은 코드화와 초코드화의 지지를 잃은 존재들이 무리 지어 한 방향으로 달리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불안정성 속에서 인간은 안식을 찾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가족은 인간을 재생산하는 장으로 기능합니다.

 

가족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복잡한 모순의 장입니다. 가족에 대한 요구는 과도하게 큽니다. 아버지는 왕의 위엄을 요구받지만, 상징적 규범이 관리 규칙으로 대치된 이후에는 무게 있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대지의 풍요성을 요구받지만, 그 요구를 다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생명이 가득한 대지로의 기도 소리와 영웅을 부르는 소리가 가족을 넘어 밤의 세계를 가득 채웁니다.

 

밤의 국가, 즉 공동사회적인 환상의 공동체를 민족이라 부르고, 낮의 국가, 즉 이익사회적인 공리계의 모델인 국가를 국가라 부릅니다. 이렇게 규정된 국가와 민족은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며, 이는 국가론의 중요한 문제인 파시즘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구도가 됩니다.

 

파놉티콘은 근대 국가의 낮의 얼굴을 상징하는 중요한 은유로서, 감시와 통제의 메커니즘을 통해 주체들이 스스로를 감시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는 근대 국가의 한 측면일 뿐이며, 가족이라는 장치와 함께 밤의 얼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은 주체를 형성하고 재생산하는 복잡한 역할을 하며, 이는 근대 국가의 전반적인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