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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인간이란무엇인가-카시러-6

by Ang ga 2025. 5. 16.

10. 상징적 사고는 근대 철학의 출발점이다

 

보편학에서 출발한 데카르트의 철학

  •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 그의 철학은 ‘보편학’(mathesis universalis), 즉 수학적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 해석기하학의 탄생은 상징을 통한 논리 구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수를 통한 표현은 공간 개념의 정밀한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공간에서 시간으로, 철학의 확장

  • 칸트는 공간은 외적 경험, 시간은 내적 경험의 형식이라 본다.
  • 물리적 세계를 다루는 방식으로 인간의 내면을 해석할 수 없었다.
  • 시간은 고정된 물건이 아닌, 멈춤 없는 흐름이며 유기적 생명의 조건이다.
  • “두 번 다시 같은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은 유기체의 본질을 표현한다.

 

11. 시간은 생명의 조건이며, 기억은 생명의 기능이다

 

시간은 유기체 전체의 구조이다

  • 생명은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존재한다.
  • 현재는 과거를 포함하고 미래를 내포하는 통합된 구조이다.
  • 라이프니츠는 “현재는 과거를 걸머지고 미래를 머금고 있다”고 말했다.

 

기억은 생명 전반의 공통 기능

  • 생리학자 헤링은 기억은 모든 생명체의 일반적 성질이라고 주장했다.
  • 제몬은 이를 발전시켜 ‘므네메’(기억 생물학)를 심리학의 토대로 삼았다.
  • 유기체는 자극마다 엥그람(engram), 즉 생리적 자국을 남기며, 이후 반응은 이 엥그람들의 연쇄에 의존한다.
  • 기억과 유전은 동일한 유기적 원리의 두 측면으로 간주된다.

 

12. 인간의 기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창조이다

 

기억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 인간 기억은 과거 자극의 흔적이 단순히 남아있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 기억은 인지와 동일성 확인, 즉 관념 구성 과정을 동반한다.
  •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시간적 배열과 논리적 통합을 필요로 하는 고차적 과정이다.

 

동물과 인간의 기억 형식 차이

  • 여키스는 침팬지의 행동을 관찰하며 상상, 예측, 상징 사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 그는 동물도 언어 유사한 상징과 연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본다.
  • 그러나 인간과의 차이는 **‘사실 여부’가 아닌 ‘형태의 차이’**에 있다.
  • 인간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과거의 재구성이며 창조적 회상이다.
  • 이는 인간만의 조직, 종합, 사고의 중심화된 과정을 필요로 한다.

 

13. 기억은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다

 

기계적 기억 개념의 한계

  • 감각주의 심리학은 ‘관념 연합’이라는 기계적 작용으로 기억을 설명했다.
  • 무의미한 낱말, 음절의 반복 암기를 통해 기억력을 측정하려는 시도는 일반적이었다.
  • 그러나 이는 인간 기억의 깊이와 복합성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베르그송의 비판과 새로운 기억 이론

  • 베르그송은 『물질과 기억』에서 기억은 ‘내화(內化)’와 집약의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 그는 기억이란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과거 전체가 현재 속에 침투하는 현상이라 보았다.
  • 이 이론은 베르그송의 생철학의 출발점이자 중심 기둥이 되었다.

 

14. 상징적 기억은 창조적 재구성이다

 

기억은 상상과 재구성의 결합

  • 참된 회상에는 상상이 필수적이다.
  • 괴테는 자서전 제목을 『시와 진실』이라 붙이며, 기억은 시적 구성 없이는 진실에 이를 수 없다고 보았다.
  • 그는 단순한 사실 나열보다 상징적 구조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자 했다.

 

예술은 기억을 해석하는 도구

  • 입센은 “시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재판관이 되는 일”이라 말했다.
  • 시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자기 비판과 자기 인식의 장이 된다.
  • 렘브란트의 자화상들 또한 기억의 해석이자, 예술적 자기 재현의 예다.

 

15. 고백은 상징적 자기 기억의 가장 깊은 형식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 아우구스티누스는 단순한 과거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보편적 종교 드라마를 서술했다.
  • 그의 고백은 타락과 구속이라는 신학적 패턴의 재현이었다.
  • 개인사는 신앙의 언어로만 해석 가능했고, 그 언어는 곧 상징이었다.

 

상징과 자기 이해의 융합

  • 『고백록』은 단지 신앙 고백서가 아니라 자기 성찰과 내적 탐색의 새로운 형식이었다.
  • 아우구스티누스는 종교 사상가이자 심리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 그는 상징 언어를 통해 개인 기억을 초월적 의미로 승화시켰다.

 

16. 인간은 미래를 사유하는 존재로 태어났다

 

미래의식은 인간 시간감각의 본질이다

  • 인간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고의 시작점부터 인간은 '무엇이 올 것인가'를 예감하고 기대하는 존재였다.
  • 윌리엄 슈테른은 기억보다 먼저 형성되는 것이 기대라고 말한다. 인간은 삶의 이른 시기부터 미래를 향한 감각을 지녔다.
  • 나이가 들수록 희망, 불안, 두려움 등 미래에 대한 감정이 더욱 뚜렷해진다.

 

미래를 향한 사유는 인간만의 특징인가?

  • 생물학적 본능에서도 미래지향적 행동 양상이 관찰된다.
  • 파브르의 『곤충기』에 나타나듯이, 하등동물도 후세를 위한 행동을 반복한다.
  • 하지만 그것이 의식적 계획인지, 단순한 본능인지 구분은 어렵다.

 

17. 고등동물에게도 미래 예견 능력은 존재하는가

 

미래 사건을 예감하는 고등동물의 행동

  • 일부 실험에서 고등동물은 즉각적인 보상보다 미래의 보상을 선택했다.
  • 울프의 실험에서는 동물이 ‘가짜 상’을 선택해 미래의 진짜 보상을 기다리는 행동을 보였다.
  • 볼프강 쾰러는 동물이 계획적으로 시간을 들여 행동하는 경우, 이는 미래에 대한 의식적 준비로 해석 가능하다고 본다.

 

예비행동을 통한 목적지향

  • 목적을 위해 즉각적 이득 없이 행동을 지속하는 사례는 미래 인식의 증거로 간주된다.
  • 이때 행동은 최종 목표를 내다본 계획의 일부이며, 단순한 반사적 본능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 하지만 이런 경우조차도 인간의 미래의식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18. 인간에게 미래는 명령이 된다

 

기대에서 이상으로, 상징으로

  • 인간은 미래를 단순히 ‘올 일’로만 보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당위이며, 윤리적 요청이다.
  • 인간은 직접적인 생존을 넘어서 상징적 미래를 사유하고 설계한다.
  • 이 미래는 단순한 심상이 아니라, ‘이상’과 ‘명령’으로 작동한다.

 

예언적 미래의 등장

  • 인간의 미래관은 예언자적 사유로 심화된다.
  • 종교적 교사들은 단순한 예측이 아닌 윤리적 약속으로서 미래를 제시했다.
  • 이들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묻지 말라”고 했지만, 인간은 그 충고를 결코 실천하지 못한다.

 

상징적 미래는 문화의 핵심 요소

  • ‘예언’은 단순한 예고가 아닌 윤리적 소명이다.
  •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같은 예언자들은 경험적 세계의 종말과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소망을 동시에 말한다.
  • 인간은 이러한 상징을 통해 유한성을 넘어서는 삶을 구성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