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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구상력의 논리-미키 기요시-10

by Ang ga 2025. 5. 12.

5. 구조(構造)로서의 제도

 

1. 제도는 개념과 구조를 통해 규범성을 갖는다

 

제도는 개념과 구조의 통합체이다

  • Park와 Burgess는 Sumner의 정의를 인용하여, 제도는 개념(concept)과 구조(structure)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 개념은 제도의 목적·관심·기능을, 구조는 그것을 형체화하는 사회적 장치를 의미한다.
  • 구조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며, 관습이 지속성과 결합성, 지구성을 만들어내는 비가시적 범주로 작동한다.
  • 제도는 이렇게 분여(分與)하는 방식으로 형성된 관습의 구조화된 표현물, 즉 ‘관습의 과자(cake of custom)’이다.

 

제도는 공중심의 결정화된 양상이다

  • Cooley는 제도를 공중심의 양상, 집단 의식의 결정체로 본다.
  • 비록 제도가 외적으로는 고정된 형태(국가, 교회, 법, 문학 등)로 보일지라도, 그것은 인간의 관심과 감정, 상징이 결합된 결과이다.
  • 언어, 정치, 재산, 교육 등은 모두 인간 본성의 지속적 요구로부터 형성된 제도이다.

 

2. 제도의 규범성은 이데에(理想)에서 비롯된다

 

제도는 실재이며, 이상에 근거한 규범을 내포한다

  • 제도는 단순한 당위가 아니라 현실적 실재이며, 그 규범성은 이데에(idée 또는 idéal)에 기초한다.(신칸트학파에서 생각되는 당위와는 다르다.)
  • 이데에는 가치적이면서도 실재적인 이상(理想)으로, 실현 가능하며 실천적인 사물로 간주된다.
  • Simiand에 따르면, 사물이란 개인의 자발성에 저항하는 것이고, Bouglé는 이 점에서 가치도 실재처럼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 즉, 가치는 구속성과 명령성을 갖는 실재이며, 단순한 주관적 인상이 아니라 객관성을 가진 실체이다.

 

가치는 집단의식의 산물이다

  • 가치의 객관성은 집합의식(conscience collective)에 기반하고 있으며, Durkheim에 따르면 사회는 이상을 창조함으로써 자기를 재생산한다.
  • 종교, 도덕, 법률 등 위대한 제도는 모두 사회적 감정이 집중되어 형성된 이데에의 산물이다.
  • 개인은 이러한 사회적 이상을 내면화함으로써 인간이 되고, 이상은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사회적 경험에서 생겨나는 관념적 실체이다.

 

3. 제도는 가치의 객관성을 통해 형성되는 실재이다

 

가치는 사물성과 논리성을 함께 가진다

  • Bouglé는 가치가 구속적인 명령이기 때문에 실재라고 주장하나, 이는 Dilthey처럼 실재를 주관적인 것으로 보는 위험을 내포한다.
  • 반대로, 사물의 구속성은 그 논리적·관념적 성질에 기초하며, 가치는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객관적 근거를 지닌다.
  • Lipps는 “대상이란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가치는 판단을 통해 승인되는 대상성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가치는 집합성과 로고스에 의해 객관화된다

  • Bouglé는 가치가 객관적인 것은 그것이 명령적이기 때문이고, 가치가 명령적인 이유는 집합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명령성이 집합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 집합의식이 논리적·로고스적인 것인가에 있다.
  • 제도가 명령성을 갖기 위해서는 논리적 관념성, 즉 객관적 이데에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 이로 인해 제도는 단순한 주관적 경험이 아닌, ‘객관적 정신(Objektiver Geist)’에 속하는 실재로 간주된다.

 

제도는 대상적 파악을 통해 형성된다

  • Dilthey에 따르면, 제도는 ‘대상적 파악(Gegenständliches Auffassen)’,  개념을 객관화하는 능력을 통해 성립한다.
  • 제도는 가치, 규범, 이상을 담은 실재이며, 이성적 인식과 집단 감정의 통합된 산물이다.
  • 따라서 제도는 구상력의 논리에 따라 객관화된 사회적 형식으로 정의된다.

 

4. 제도는 객관적 정신의 구조화된 표현이다

 

제도는 개념의 구조화이며, 이론적 전향의 산물이다

  • 대상적 파악(Gegenständliches Auffassen)은 순수하게 대상만을 파악하고, 주체의 심리적 체험은 배제된다.
  • 우리들은 '전적으로 대상 속에 살고', 대상적 세계는 완전한 자족성을 갖는 구조로서 우리들을 대한다.
  • 이는 이론적 전향(Theoretische Wendung)이자, Freyer가 말하듯 객관적 정신의 탄생이다.
  • 제도는 개념이 구조(structure)로 형체화되면서 성립하고, 이 구조는 관습적 연속성과 결합된 ‘관습의 과자(cake of custom)’이다.

 

개념도 관습적인 것이며, 제도는 구상적 총체이다

  • 개념과 구조를 이분화하면 오해가 생기고, 개념조차 관습적 전통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제도는 로고스와 파토스가 결합된 구상력의 실현 형식이다.
  • Biran 이후 프랑스 철학은 사유의 능력 자체도 습관의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5. 제도는 환상과 권위, 파토스를 기반으로 한 구속 구조이다

 

제도는 환상적 감각성과 이데에의 혼합물이다

  • Bergson에 따르면 기억과 감각이 결합할 때, 우리는 현실 속에 환상을 삽입하여 사물을 지각하게 된다.
  • 이러한 환상이 없으면 제도의 구속성과 통용성은 성립하지 않는다.
  • Valéry가 말하듯 사회는 주박(呪縛)의 건물이며, 제도는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환상적 구체성을 가진다.

 

제도는 권위의 정신에 기초한다

  • 제도의 정신은 과학적·비판적 정신과는 반대이며, 신학적이고 권위적인 정신의 양식이다.
  • Nietzsche가 말하듯, 인간은 비논리적인 것을 필요로 한다. 제도는 그 욕구에 응답하며 작동한다.

 

6. 제도는 비논리적 행동을 수용하면서도 합리성을 포함한다

 

Pareto: 제도는 비논리적 행동의 구조화이다

  • 논리적 행동(action logique)은 주관적 목적과 객관적 목적이 일치할 때, 비논리적 행동(action non-logique)은 그 일치가 없는 행위이다.
  • 관습과 전통에 따라 이루어지는 행동은 대개 비논리적이며, 인간은 이러한 행동을 후에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충동을 가진다.

 

비논리적 행동은 ‘잔기’와 ‘파생체’로 구성된다

  • 잔기(résidu): 감정, 본능 등 변하지 않는 핵심 요소
  • 파생체(dérivation): 잔기를 설명하거나 포장하는 형이상학적·신화적 설명
  • 제도는 이러한 파토스적 감정(잔기)에 기반하며, 파생체를 통해 이성화되고 권위화된 구조로 등장한다. (잔기와 파셍체는 현실적 기초와 이데올로기의 관계와 같다.)

 

7. 제도는 로고스와 파토스의 통일로서 구상력의 표현이다

 

제도는 단순한 합리주의도, 비합리주의도 아니다

  • Pareto는 제도를 비논리적 행동에 기반한다고 보지만, 제도는 논리성과 비논리성의 종합, 로고스와 파토스의 교차점에서 성립한다.
  • 비논리적 행동도 객관적으로 논리적인 목적을 충족하며, 이 점에서 역사적·사회적 관점에서는 이성의 실현이 될 수 있다.

 

제도는 구상력의 논리에서 비롯된 종합적 구조이다

  • 인간은 비논리적 행동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충동을 지니며,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직접적인 동기에 반하더라도 논리적으로 행동하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 인간에게 권위적인 제도는 단순히 파토스적이기만 해도, 로고스적이기만 해도 안 된다.
  • 단순히 객관적인 것은 현실적 구속이 될 수 없고, 구속적인 것은 주관적인 것이다.
  • 단순히 주관적인 것은 인간을 구속할 수 없다. 
  • 제도는 두 요소(파토스, 로고스)의 기계적 결합이 아닌 구상력에 의한 통합된 총체로 나타나야 한다.
  • 변증법조차도 원초적으로는 로고스적·파토스적인 구체물의 통일에서 출발한다.

 

구상력은 제도 형성의 논리적 원천이다

  • Pareto의 비합리주의는 인간을 환경과 단절된 존재로 보려는 한계를 지닌다.
  • 그러나 인간의 모든 행동은 환경과의 적응과 관계 속에서 구상력의 논리에 의거하여 작동한다.
  • 제도는 이러한 구상력의 발현이며, 역사적 현실의 구조적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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