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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 인식은 우주의 재해석과 함께 다시 쓰였다
패러다임의 전환: “우주의 중심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 파스칼은 데카르트 이후에도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고 보았다.
• 근대의 초입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 도구의 출현이었다.
• 경험적 관찰과 논리에 근거한 보편적 인간 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인간을 이해하려면 우주 질서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은 새로운 인간학의 과학적 기초가 되었다.
• 인간은 이제 무한하고 말없는 우주 안에 고립된 존재가 되었다.
2. 회의와 겸허: “무한한 공간의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
파스칼과 몽테뉴의 경고
• 새로운 우주관은 인간 이성에 대한 회의와 외경을 불러일으켰다.
• 파스칼은 무한한 우주의 침묵을 두려워했다.
• 몽테뉴는 기존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요구했다. “이 작은 인간이 어떻게 우주의 왕이 될 수 있는가?”
• 몽테뉴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판단과 오만을 비판했다.
• 진정한 이해는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왜소함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3. 무한의 긍정: “무한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죠르다노 브루노와 새로운 무한 개념
• 그리스 고전 사상에서 무한은 하나의 부정적 개념이다. 그것은 한계, 끝, 형태가 없고 불확정적인 것이다.
• 당시 인간의 인식은 형에 대한 인식이므로 무한은 인간 이성의 대상일 수 없다.
• 유한(페라스)과 무한(아페이론)은 플라톤에게 있어 서로 대립하는 근본 원리다.
• 브루노는 무한을 인간 이성의 가능성과 풍요함으로 해석했다.
• 그는 형이상학적 천체 질서의 경계를 허무는 인간 해방의 철학자였다.
• 코페르니쿠스의 발견은 우주의 열림이자 인간 정신의 개방을 뜻했다. 인간은 더 이상 물리적 세계의 좁은 감옥에 갇혀 있지 않다.
• 무한한 우주는 인간 이성의 한계가 아니라 자극이 된다.
• 이 새로운 인식은 브루노의 시적 언어로 표현되었다.
4. 근대 형이상학: “새로운 우주 안에서 인간을 새롭게 규정하다”
갈릴레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스피노자의 철학
• 갈릴레오: 수학은 무한한 신의 예지에 근접한 인간 지식의 절정이다.
• 데카르트: 보편적 회의를 허무는 무한 개념을 통해 신의 존재와 현실 세계의 실재를 증명했다.
• 라이프니츠: 미적분학을 통해 우주는 이해가능한 대상이 되었고, 자연 법칙과 인간 이성을 통합했다.
• 스피노자: 수학적 윤리학으로 인간과 우주를 아우르는 철학을 구축했다. 수학적 이성이야말로 우주와 도덕 질서를 동시에 이해하는 열쇠이다.
• 이들 모두는 새로운 우주관을 저주가 아닌 축복으로 전환시키는 사명을 수행했다.
• 합리주의적 인간학은 인간을 우주의 연장선상에서 이성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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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드로의 경고: 과학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수학은 더 이상 과학의 최전선이 아니다”
• 1754년, 디드로는 과학의 정체를 예언하며 수학의 우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 그는 새로운 과학은 사실의 관찰에 기반한 경험 과학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 수학은 정리하고 조직하는 도구일 뿐,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 “우리는 수를 셀 줄 몰라서가 아니라, 셀 것이 없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다.”
• 디드로는 논리의 과대평가를 비판하며, 자연 과학의 재출발을 예고했다.
2. 수학의 반격, 그러나 중심은 이동한다
“수학은 멈추지 않았지만, 중심은 변했다”
• 디드로의 예상과 달리 19세기 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 가우스, 리만, 바이어슈트라스, 포앵카레 등이 새로운 수학적 지평을 열었다.
• 그러나 수학의 지위는 상대화되었고, 생물학적 사고가 새로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 다윈의 등장은 인간 철학에 새로운 진화론적 기초를 마련했다.
• 이후 인간학은 공허한 사변이 아닌 경험적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믿음이 확산됐다.
• 철학은 자연과학과 결합하여 인간을 설명하려는 시도로 재편되었다.
3. 진화론의 도전: “우연과 누적의 힘으로 생명을 설명하다”
“도태의 법칙은 무상의 설계자와 같다”
• 다윈은 생명의 복잡성을 우연한 변이와 자연 도태로 설명하려 했다.
• 진화는 목적이 아니라 결과, 계획이 아니라 누적이었다.
• “쐐기 모양의 돌을 모아 아치를 만든 건축가처럼, 자연은 돌을 고르지 않고 구조를 만든다.”
• 다윈은 문화와 예술조차도 필연과 적응의 산물로 보려는 시도를 남겼다.
• 진화론은 형상적 목적론을 질료적 기계론으로 대체하였다.
4. 인간 문화는 생물학처럼 설명될 수 있는가?
“정신의 작품도 물리 법칙으로 환원될 수 있는가?”
• 뗀느와 느에는 문화 현상조차 물리적 인과관계로 설명하려 했다.
• 인간의 감정과 사상, 예술조차도 필연성이라는 ‘철환’ 속에 갇혀 있다고 주장했다.(“인간은 철학과 시를 짓는 고등 곤충일 뿐이다.”)
• 문화의 변화조차 곤충의 변태처럼 기계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 그러나 이 접근은 문화의 목적과 의미를 완전히 소거한 것이다.
5. 중심을 잃은 철학: 인간 이론의 무정부 상태
“철학은 길을 잃었고, 이론은 저마다 따로 논다”
• 20세기 들어 인간학은 중심 이론 없이 다원적으로 분열되었다.
• 니체는 권력의지, 프로이트는 성적 본능, 마르크스는 경제 본능을 강조했다.
• 이론들은 사실에 맞추기보다는 이론에 맞춰 사실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모든 이론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어버렸다.”
• 형이상학, 신학, 생물학, 수학은 더 이상 공통 기준을 제공하지 못한다.
• 인간학은 지적 무정부 상태, 즉 방향 잃은 철학의 미궁에 빠졌다.
6. 셀러의 경고: 풍요 속의 빈곤
“지식은 넘쳐나지만, 인간에 대한 관점은 없다”
• 막스 셀러는 인간학이 지식은 늘어났지만, 통일적 관념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 심리학, 인류학, 민속학 등 사실은 풍부해졌지만, 해석은 혼란스러워졌다.
• “우리는 사실은 많지만, 방향은 잃었다. 풍요 속의 철학적 빈곤이다.”
• 특수 과학의 발전은 인간 이해를 심화시키지 못하고, 분산시켰다.
• 현대 철학은 ‘아리아드네의 실’ 없이 미궁을 헤매는 테세우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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