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인간성에의 실마리:상징
1. 생명의 구조는 종마다 다르다
모든 생물은 자기만의 세계를 지닌다
• 요하네스 윅스퀼은 생물학을 자율적인 자연 과학으로 보고, 물리학이나 화학과 구분하였다.
• 그는 활력론(vitalism)의 입장에서 생명은 자기 의존적이며 독립적인 실재라고 보았다.
• 모든 생물은 각자의 고유한 실재 세계를 가지며, 타 생물과 비교 불가능하다.
• “파리의 세계에는 파리의 사물만이 있고, 성게의 세계에는 성게의 사물만이 있다.”
• 각 생물은 독립적 단자(monad)처럼 고유한 인식과 반응 구조를 지닌다.
• 수용 계통(Merknetz)과 운동 계통(Wirknetz)의 연결이 생명 유지를 가능케 한다.
• 이 두 계통은 ‘기능 고리(Funktionskreis)’라는 하나의 생명 작용의 연쇄를 이룬다.
2. 인간: 단순한 연장선이 아닌, 질적으로 새로운 존재
인간의 기능 고리는 상징의 세계를 향한다
•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구조를 지니지만, 여기에 제3의 연결 고리, 즉 상징 체계가 추가된다.
• 인간의 반응은 즉각적 반사 대신 상징적 중재를 거친 결과이다. “인간은 물리적 우주가 아닌, 상징적 우주에서 산다.”
• 상징은 인간의 사고, 언어, 예술, 종교 전반을 구성한다.
• 인간은 직접적으로 현실을 경험하지 않고, 상징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식한다.
• 언어, 신화, 예술, 종교는 모두 인간 경험을 둘러싼 중재 장치들이다.
3. 인간은 상징에 갇힌 존재다
현실보다 상징을 먼저 본다
• 인간은 상징적 표현 속에서만 현실을 해석할 수 있다.
• 에픽테토스는 “우리를 괴롭히는 건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생각”이라 했다.
• 인간은 희망, 공포, 환상, 꿈 속에서 실재를 구성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세계는 상징으로 직조된 거미줄이며, 인간은 그 안에서만 의미를 구성한다.
• 상징적 표현 없이는 인간의 실천이나 인식이 불가능하다.
• 인간은 더 이상 자연과 직접 부딪치지 않는다.
4. ‘이성적 동물’ 정의의 한계
• 고전 철학자들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정의했지만, 이는 도덕적 명령이지 실증적 설명이 아니었다.
• 언어는 사고를 표현하는 수단이면서도, 감정과 감동의 표현이기도 하다.
• “언어는 논리만이 아닌 정서와 상상도 담는다.”
• 순수 이성에 의한 종교는 현실 종교의 이상적 그림자에 불과하다.
• 인간은 정동, 상상, 감각, 상징이 혼재된 존재이다.
5.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다
• 이성을 중심에 둔 정의는 인간의 풍부한 문화와 표현을 담기 어렵다.
• 인간의 언어, 예술, 신화, 종교는 모두 상징 형식이다.
• 그러므로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 아니라 ‘상징적 동물’(animal symbolicum)로 보아야 한다.
• 상징은 인간 존재의 핵심이며, 상징 없이는 인간 문명도 성립하지 않는다.
• 이 정의는 인간의 질적 차이점과 문명 발전의 방향을 함께 설명해 준다.
• 인간은 단지 확장된 동물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구성하는 존재이다.
제 3장. 동물의 반동에서 인간의 반응에로
1. 인간은 상징으로 사유하는 유일한 존재다
상징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고유한 방식이다
• 인간은 상징을 사용하는 독특한 생명체이며, 이는 인간 문화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 언어·예술·종교 모두 상징 작용에 기초하며, 이것 없이는 인간 문화를 설명할 수 없다.
• 상징성은 동물 일반에까지 확장될 수 있는 보편 원리인지, 아니면 인간만의 특성인지를 따져야 한다.
• 인간의 상징 능력을 다른 동물과 동일시하는 순간, 문화의 기원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 초기의 논의는 관념론 vs 유물론, 유심론 vs 자연주의의 형이상학 논쟁으로 흐르며 본질을 놓쳤다.
• 필요한 것은 인간의 상징 행동을 동물적 반응과 비교하며 정확히 기술하는 것이다.
2. 동물에게도 ‘유사 상징’은 존재할 수 있다
신호의 세계에 사는 동물들
•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 실험은 동물도 대리적 자극에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유인원 실험에서도 ‘신호 상(token)’에 대한 학습이 관찰된다.
• 여키스와 울프는 상징적 행동의 초기 형태가 동물에게 존재할 수도 있다고 본다.
•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상징이 아닌 신호에 머물며, 객관적 의미나 지시 기능은 부족하다.
• 유인원의 상징은 인간 상징의 전단계일 수 있으나, 여전히 그 문턱을 넘지 못했다.
• 인간의 언어와 사고가 요구하는 논리적, 수사학적 구조는 여전히 부재하다.
3. 언어: 상징의 핵심, 신호와의 결정적 차이
동물의 언어는 지시하지 못한다
• 동물의 음성 표현은 정동적 언어로서, 감정을 전달할 수는 있으나 사물을 지시하지는 못한다.
• 침팬지의 표정, 몸짓, 소리는 모두 주관적 감정의 표현일 뿐, 객관적 명제를 만들지 못한다. “동물의 언어에는 ‘의미 있는 말’을 구성하는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
• 인간 언어는 정동적 층위 위에, 명제적·논리적 구조를 구축한 복합 구조이다.
• 이 복합성은 인간 정신의 상징적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특징이다.
4. 신호와 상징: 서로 다른 세계의 언어
신호는 작동하고, 상징은 지시한다
• 신호(sign)는 자극에 반응하게 만들지만, 상징(symbol)은 대상을 지시하고 의미를 구성한다.
• 신호는 물리적 세계의 작동 요소(operators)이고, 상징은 의미 세계의 지시자(designators)이다. 신호는 행동을 유도하지만, 상징은 의미를 창조한다.
• 조건 반사는 상징적 사고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상징은 단순히 신호의 복잡한 형태가 아니다.
• 상징은 물질로 환원되지 않는 비물질적 기능성을 가진다.
5. 동물 지성 논쟁과 인간 상징의 독자성
동물의 지성은 실재하지만, 상징은 인간만의 것이다
• 일부 심리학자들은 동물의 사고와 도구 사용, 우회 반응, 통찰력을 인정했다.
• 동물은 구성적 상상력과 지성을 가지지만, 상징적 사고는 불가능하다.
• 손다이크와 쾰러는 동물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실험했지만, 명제적 사고에는 도달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동물은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것만을 생각한다.”
• 인간만이 상징적 지성과 상징적 상상력을 소유하며, 이것이 문화 생성의 핵심 조건이다.
• 동물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반면, 인간은 상징을 통해 문명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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