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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코제브-역사와 현실 변증법-3. 영원 시간 그리고 개념-7

by Ang ga 2024. 6. 27.

칸트 철학에서 시간은 운동을 통해 표상되며, 시간화된 개념은 현실적인 운동과 관계합니다. 이는 물질과 세계에 대한 역학적 파악을 의미하며, 칸트 철학은 뉴턴 물리학과 연결됩니다. 그러나 뉴턴의 세계가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세계임을 고려할 때, 칸트-뉴턴의 자연 세계 파악에는 결함이 있습니다. 개념을 영원과 관계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면 절대적 기하학적 인식도 불가능하며, 이는 자연적 세계의 영원한 구조를 설명할 수 없게 만듭니다.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생물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지만, 이는 가설적 방식으로만 타당합니다. 칸트의 인식 체계는 폐쇄된 것이며, 개념이 영원과 관계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가설적입니다. 이를 제거하면 회의주의의 개방된 원이 됩니다. 영원한 개념이 시간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일치 가능한 것은 없으며, 칸트는 절대적 인식을 '무한한 과제'라고 말합니다.

 

칸트의 견해에서 개념은 영원한 것이지만 시간과 관계합니다. 이는 인간에게 시간을 넘어서게 하는 어떤 요소, 즉 자유, 실천적 이성, 순수 의지로서의 선험적 자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대한 개념의 관계가 존재한다면, 시간적 현실에 대한 순수 의지의 적용도 존재합니다.

 

선천적 개념, 즉 자유 행위가 존재하는 한, 시간에 대한 관계는 시간에 앞서서 완수됩니다. 따라서 자유 행위는 시간과 관계하면서도 시간의 밖에서 존재합니다. 이것이 '예지적 인격의 선택'입니다. 이러한 선택은 시간적이지 않지만 인간의 시간적 현존재 전체를 규정합니다. 따라서 여기에는 진정한 자유가 없습니다.

 

칸트의 이론은 플라톤의 신화와 비교됩니다. 플라톤에게는 개념이 영원과 관계하지만, 칸트에게는 시간과 관계합니다. 이 차이는 '선험적인 선택'이 시간 밖에서 존재하는 인간이 아니라, 시간 안에서 존재하게 될 인간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나타납니다. 플라톤에게 중요한 것은 긍정적 측면, 즉 시간 속에서 영원한 인간의 본질대로 생성되는 것이지만, 칸트에게 중요한 것은 부정적 측면, 즉 시간 속에서 이미 생성된 상태의 인간이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플라톤에게는 영원한 본성의 수용이 문제지만, 칸트에게는 시간적 본성의 부정이 문제입니다. 플라톤에게는 신에게 매달려 있거나 떨어져 있는 천사의 자유가 문제지만, 칸트에게는 시간 밖에서 단 한 번의 행위로 자신의 죄를 끊어 버리는 타락한 인간의 자유가 문제입니다.

 

칸트의 철학에는 진보가 있지만, 자연적 세계에 대한 서술에서처럼 역사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간이 살고 있는 구체적인 사물의 세계나, 인간이 자유로운 시간적 행위에 의해 창조한 역사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는 칸트 철학의 한계로 남아 있습니다.

 

헤겔은 개념과 시간을 동일시한 최초의 철학자입니다. 그는 "시간이란 현존재적 형식을 지닌 개념 자체이다"라는 명제를 통해, 시간과 개념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현존재를 역사적인 개체로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인간이 세계 속에서 자유롭고 역사적인 개체로 존재하는 이유를 밝히려는 것입니다.

 

헤겔의 철학은 인간의 현존재를 현상학적 차원에서 서술하며,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현상할 수 있는지를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보여줍니다. 또한 존재론적 차원에서 존재 자체가 현존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밝히는데, 이는 현실적인 개념이 시간인 한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헤겔 철학의 핵심은 "<시간>이란 <현존재의 형식을 지닌> 개념 자체, 즉 현실적인 공간이나 세계 속에서 현존하는 개념이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헤겔은 역사적인 시간, 즉 인간의 역사가 전개되는 시간을 중시하며, 이를 통해 개념과 시간을 동일시합니다. 그는 자연은 공간이며 시간은 역사라고 주장하며, 인간이 관계되지 않는 자연은 단지 공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헤겔의 철학에서 시간과 욕구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미래에 의해 야기된 운동은 인간의 특수한 욕구, 즉 창조적인 욕구에서 발생합니다. 이러한 욕구는 자연적인 현실 세계에서 실존하지 않으며, 결코 실존한 적이 없는 본질적 실재를 지향합니다. 이는 미래가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며, 욕구는 철저하게 어떤 부재의 임재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갈증은 물의 부재로 인해 생기며, 물을 마시는 미래의 행위가 현재에 임재하는 것입니다. 물 마시기를 욕구한다는 것은 현존하는 물을 욕구한다는 것을 뜻하며, 현재에 기초해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헤겔은 "정신현상학" 제4장에서 다른 욕구를 향하고 있는 욕구는 필연적으로 인정에 대한 욕구로 발전한다고 설명합니다. 인정에 대한 욕구는 주인과 노예의 대립을 통해 역사를 산출하고 운동하게 하는 욕구입니다. 이로 인해 미래가 우위를 차지하는 시간은 스스로 실현됨으로써 역사를 산출하고, 역사는 실현되는 시간이 지속되는 만큼 지속됩니다. 

 

욕구가 어떤 부재의 임재라면, 이는 어떠한 경험적인 현실도 아닙니다. 욕구는 자연적인, 즉 공간적인 현재 속에서 긍정적으로 실존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간 속에 있는 틈이나 구멍과 같은 것, 즉 텅 빈 무(無)입니다. 욕구와 관계하고 있는 욕구는 무와 관계하고 있으며, 욕구를 실현한다는 것은 무를 실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이 오로지 미래에만 관계한다면, 그는 어떠한 실재나 현실도 얻지 못하며, 따라서 실제로 운동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가 현재의 현실을 긍정하거나 받아들인다면, 그는 아무 것도 욕구하지 않으며, 미래와 관계 맺지 않게 되어 스스로를 밀고 나가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스스로를 실현시키기 위해 욕구는 현실과 관계해야 하며, 이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관계합니다. 욕구는 현재 현실적으로 주어진 것을 부정함으로써 생겨나며, 부정된 현실이란 존재하기를 그친 현실, 즉 소멸된 현실 혹은 현실적인 과거입니다.

 

미래를 통하여 규정된 욕구는 그가 현실, 즉 소멸된 과거를 부정했다는 전제하에서만 현재에서 현실로 나타납니다. 과거가 미래를 근거로 해서 부정적으로 형성되었던 방식이 현실적인 현재의 특성을 규정하며, 미래와 과거를 통하여 규정된 현재만이 인간적, 즉 역사적입니다. 따라서 스스로를 현재 속에서 실현시키기 위해 역사적 운동은 미래로부터 야기되어 과거를 통과해 나갑니다. 헤겔이 주목한 시간은 인간적인 시간, 즉 역사적인 시간이며, 과거에 대한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는 기투(企投)를 미래를 위하여 현재 속에서 실현시키는 행위의, 즉 자각되고 자유로운 행위의 시간입니다.

 

이러한 시간은 '현존재의 형식을 지닌 개념 자체'로서, 이는 개념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간은 공간 속에 존재하며, 현실적으로 현존하는 것은 공간의 부정입니다. 시간은 공간을 부정함으로써 존재하며, 현실적인 공간이나 세계 내에서 실존하는 어떤 것입니다.

 

헤겔은 시간이 현실적인 세계 속에서 임재하는 것이 욕구이며, 이 욕구는 인간적인 특수한 욕구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미래를 지향하는 욕구를 통해 현실을 부정적으로 관계하며, 이를 통해 자신을 실현합니다. 따라서 시간은 인간이며, 인간은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