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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불안의 개념-키에르케고르-4

by Ang ga 2025. 3. 6.

제5절 불안의 개념

 

1. 순진함(순결)의 본질: 무지와 불안

 

순진함(순결)이란 단순한 도덕적 청결함이 아니라 무지이다.

  • 인간이 순진한 상태에 있을 때, 정신(Spirit)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이며, 단지 자연적 조건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즉, 순진한 상태에서는 선악의 구별을 알지 못하며, 이를 통해 선행을 쌓을 수도 없다.
  • 따라서 순진함은 신학적 공덕과는 무관한 상태이다.

 

그러나 순진함 속에는 불안(Angst)이 내재해 있다.

  • 불안이란 단순한 공포(fear)나 걱정(anxiety)이 아니라, 자유의 가능성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다.
  • 정신이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정신은 꿈꾸면서 자신의 현실성을 투영한다.
  • 하지만 그 현실성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Nichts)’이며,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모른 채 막연한 불안을 느낀다.
  • 이 불안은 정신이 자신의 가능성을 엿보게 만들지만, 그 가능성을 붙잡으려 하면 사라져버린다.

2. 불안과 인간의 자유: 선택의 가능성

 

불안은 단순한 두려움과 다르며, 오히려 자유(freedom)의 가능성으로부터 나온다.

  • 동물에게는 불안이 없다. 왜냐하면 동물은 정신으로 규정되지 않으며, 자유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 인간은 불안을 느끼면서도 그 불안을 사랑한다.
    • 인간은 불안을 피하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불안에 끌린다.
    • 이는 불안이 자유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그들의 불안이 모험, 미지의 것, 신비로운 것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 아이들은 불안을 경험하면서도 동시에 그 불안을 즐긴다.
  • 반대로, 정신이 없는(혹은 정신이 약한) 존재일수록 불안도 적다.
  • 문화적으로도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이 남아 있는 사회일수록 불안이 깊으며,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깊이 있는 문화를 형성한다.

 

불안은 공감적 반감이며 반감적 공감이다.

  • 우리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어딘가 달콤한 감정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 불안은, 자유가 불완전한 형태들을 겪은 뒤 가장 심오한 의미로 자신에게 다가올 때, 그것은 우울과 똑같은 의미가 된다.

3. 순진함에서 허물(죄)로의 이행: 질적 비약

 

순진함 속에서 (양의적인) 불안은 허물(죄)로의 질적 비약을 유발한다.

  • 불안을 통해 죄를 짓는 사람은 순진한 자이다.
  • 왜냐하면, 그가 자신의 의지로 죄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불안이 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는 허물 있는(죄 지은) 사람이다.  
  • 그는 불안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했으며, 그 결과 불안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순진함에서 허물로의 전환은 변증법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질적비약은 양의적인 것의 바깥에 있다.

 


4. 금령(禁令)의 역할: 자유를 깨닫게 하는 순간

 

성서에서 아담은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금령을 듣는다.

  • 하지만 아담은 이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 왜냐하면 선과 악의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는 "악을 행하지 말라"는 명령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즉, 금령 자체가 아담에게 자유의 가능성을 각인시켰고, 그 가능성이 불안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더 나아가, 금령 뒤에 "네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라는 심판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러나 아담은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 그렇지만 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막연한 불안을 느낀다.
    •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의 엄격한 경고를 들을 때,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 안에 담긴 위협을 감지하는 것과 같다.

 

이처럼 금령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를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 금령은 아담에게 "너는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 이 가능성이 불안으로 발전하고, 결국 선택(죄)으로 이어진다.

5. 순진함의 최종 단계: 타락 직전의 상태

 

순진함이 정점에 이르면, 그것은 불안과 금령을 통해 자신이 상실될 것 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 순진함은 아직 허물이 아니지만, 곧 사라질 것 같은 불안을 동반한다.
  • 심리학적으로 볼 때, 순진함은 스스로 자신을 지켜낼 수 없는 상태이며,
    • 단 한 마디의 말, 단 하나의 금령, 단 하나의 계기로 인해 타락(허물)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지닌 상태이다.

 

순진함은 결국 허물로 넘어가기 직전의 상태에서 가장 강렬한 불안을 경험한다.

  • 이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을 깨닫는 순간이며, 인간이 더 이상 순진함에 머물 수 없게 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된다.

6.  심리학이 설명할 수 있는 한계

 

심리학은 인간이 어떻게 순진함에서 허물로 넘어가는지의 과정은 설명할 수 있다.

  • 즉, 금령이 자유의 가능성을 일깨우고, 그 가능성이 불안을 낳으며, 불안이 결국 질적 비약을 유발하는 과정은 심리학적으로 분석 가능하다.

 

그러나 심리학은 왜 인간이 결국 허물을 선택하는지, 혹은 왜 불안이 인간을 타락으로 이끄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 질적 비약 자체는 심리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신비이기 때문이다.
  • 이러한 이유로, 죄의 개념은 단순한 심리학적 현상이 아니라, 윤리학과 교의학의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최종 정리

  1. 순진함은 단순한 청결함이 아니라 무지이며, 그 속에는 불안이 내재해 있다.
  2.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에서 비롯되며, 인간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3. 불안은 윤리적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인간을 타락(허물)으로 이끄는 근본적인 감정이다.
  4. 금령은 인간에게 자유의 가능성을 깨닫게 하며, 이것이 불안을 증폭시켜 결국 허물을 선택하게 만든다.
  5. 순진함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가장 강렬한 불안이 경험되며, 이는 곧 허물로의 질적 비약을 예고하는 순간이다.
  6. 심리학은 이 과정까지는 설명할 수 있지만, 질적 비약 자체의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

즉, 순진함은 필연적으로 불안을 동반하며, 불안은 인간을 허물로 이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최종적인 선택의 순간은 심리학적 분석이 아닌, 윤리학적·신학적 이해로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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