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1. ‘있다’에서 ‘홀로서기’가 발생하며 존재자는 존재의 주인이 된다
존재자는 존재자 없는 ‘있음’에서 출현한다
- ‘있다(il y a)’는 익명적이고 무정향적인 존재이며, 이 가운데 하나의 존재자가 출현할 때 완전히 새로운 존재의 전환이 발생한다.
- 이 전환은 존재자가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고, 존재의 소유자이자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사건이다.
홀로서기는 존재자의 자기 동일성에서 생긴다
- 존재자는 자기로부터 나왔다가 자기로 돌아오는 운동, 즉 자기 동일성을 통해 고립된 단자(monade)가 된다.
- 이 ‘홀로서기(hypostase)’는 존재자가 존재를 지배하며 독립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현재의 사건으로 나타난다.
2. 현재는 존재의 무한 속에 발생하는 균열이다
현재는 존재 속에 발생하는 찢김이자 출발이다
- 현재는 단순한 시간의 한 시점이 아니라, 비인칭적 존재 속에서 발생하는 최초의 찢김과 균열이다.
- 이는 자기로부터 출발하는 능동성, 즉 자기 발생의 가능성이며, 기억이나 역사로 환원되지 않는 시작 그 자체이다.
현재는 지속되지 않으며 곧 사라진다
- 현재는 과거의 유산이 아닌, 그 자체로 시작하며 즉시 소멸하는 존재 사건이다.
- 이처럼 현재는 존재와 존재자 사이에서 시간을 열어젖히는 최초의 자유, 최초의 행위이다.
3. 자아는 존재 양식이지 실체가 아니다
자아는 실체가 아닌 ‘존재의 방식’이다
- 자아(나)는 실체이면서도 실체가 아닌 역설적 존재로, 변화와 불변, 존재와 무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 양식이다.
- 자아를 실체로 보면 형이상학적 오류에 빠지며, 존재자와 존재 사이의 경계 위 기능적 구조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와 자아는 시간의 실체화를 이끈다
- 자아와 현재는 함께 실체화되어 경험 가능한 시간(temps hypostasié)을 만든다.
- 이로부터 칸트적, 베르크손적 시간 경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험은 존재와 존재자 사이의 도식적 ‘홀로서기’로서의 시간 개념과는 다르다.
4. 현재는 자유의 시작이며, 존재자는 존재를 지배한다
자유는 선택이 아닌 출발의 가능성이다
- 최초의 자유는 선택 이전의 자유로서, 존재자가 존재로부터 출발할 수 있는 능력이다.
- 존재자는 존재의 주인이며, 자신의 존재에 주체적 힘을 행사하는 자유로운 주체이다.
시간은 존재자와 존재의 관계를 넘어선다
- ‘홀로서기’는 시간의 한 순간일 뿐이며, 시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다원론적으로 열리게 된다.
- 이로써 시간은 단순한 일원론적 자기 출발이 아닌, 타자성과의 만남 속에서 완성되는 윤리적 구조로 나아간다.
고독과 홀로서기
1. 고독은 타자 부재가 아닌 존재자의 자기 동일성에서 발생한다
고독은 존재자의 구조적 일체성이다
- 고독은 타자와의 관계 결핍에서 오는 심리적 상태가 아니라, 존재자와 존재 사이의 불가분한 일체성에서 비롯된다.
- 이는 홀로서기의 결과로서 주체가 존재를 소유하기 시작할 때, 존재자 내부의 자기 일치와 고립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고독은 주권이자 오만이며, 동시에 절망이다
- 고독은 실존주의처럼 절망으로만 읽힐 수 없으며, 남성성, 오만, 주권적 지위를 내포한다.
- 존재자로서 존재를 지배할 수 있는 시작의 자유는, 그 지배를 위한 고독이라는 조건을 필연적으로 전제한다.
고독과 물질성
1. 존재자의 자기 동일성은 자유를 억압하는 물질성으로 전환된다
존재자는 자신에게 얽매이게 된다
- 자기 동일성은 단순한 평온한 자아 일치가 아니라, 자기에게 몰두하는 억압적 구조(자기 얽매임)이다.
- 현재는 자기로부터 출발하지만, 곧 자기 자신으로의 귀환이라는 필연적 굴레 속에 갇히게 된다.
물질성은 자아의 자기 귀환으로 나타난다
- 자아는 정신적 반성의 주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닫혀 있는 실존적 구조이다.
- 자아와 자기 사이의 관계는 마치 블랑쇼의 『아미나답』에 등장하는 분신과의 무력한 공존과 같으며, 이는 신체를 통해 실현되는 물질성의 구조이다.
2. 물질성은 존재자의 자기 지배의 결과이며 고독은 물질 자체이다
물질성은 존재자의 책임에서 비롯된다
- 물질성은 영혼이 갇힌 신체가 아니라, 존재자가 존재를 소유하는 대가로 치르게 되는 자기 매임의 실존적 양상이다.
- 자아는 자기에게 스스로를 부여하고, 동시에 자신에 의해 차단되며, 이 자기 얽매임이 바로 물질적 존재의 근본이다.
고독은 물질성과 동일하며 시간 속에서 풀리지 않는다
- 고독은 타자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동일성이라는 자기 내부의 갇힘 때문에 비극적이다.
- 주체가 시간 속에서 경험하고 지속하는 시간—기억, 역사, 통과의 시간—은 홀로서기와 물질성의 고리를 결코 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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