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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자유로부터의 도피-에리히 프롬. 제5장-2

by Ang ga 2025. 1. 22.

2. 파괴성

 

1. 가학증과 파괴성의 차이

 

가학증과 파괴성은 서로 뒤섞여 있지만, 본질적으로 구별됩니다. 가학증은 타인을 지배하고 결합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파괴성은 대상을 제거하여 자신을 강화하려는 시도입니다. 파괴성은 외부 세계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필사적 노력으로, 참을 수 없는 무력감과 고독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외부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이 무력하지 않다고 느끼려는 심리적 도피입니다.


2. 파괴성의 유형과 합리화

 

파괴성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1. 합리적인 파괴성: 자신의 생명이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작용.
  2. 비합리적인 파괴성: 객관적 이유 없이 내면의 충동으로 발생하며, 이는 종종 의무, 애국심, 양심 등으로 합리화됩니다. 파괴성은 대상을 찾지 못하면 자기 자신으로 향해 자해나 자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3. 파괴성의 근원

 

파괴성은 개인의 고독과 무력감에서 발생하며, 불안과 생의 좌절로 인해 심화됩니다.

  • 불안: 외부 세계의 지속적인 위협에서 비롯되며, 파괴성으로 반작용합니다.
  • 생의 좌절: 개인의 감각적, 감정적, 지적 잠재력이 억압될 때 발생합니다. 특히 중산층 문화의 금욕주의는 쾌락과 자발적 표현을 억누르며 파괴성을 증가시킵니다.

4. 프로이트의 이론과 비판

 

프로이트는 파괴적 충동을 "죽음의 본능"으로 설명하며, 이는 생명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본능적 에너지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가설은 파괴성의 양이 개인과 사회에 따라 다양하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파괴성은 생물학적 본능이 아니라, 억압된 삶의 에너지가 파괴로 전환된 결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5. 파괴성과 삶의 관계

 

파괴성은 "실현되지 않은 삶의 산물"로, 개인의 삶의 확장성이 억압될수록 강해집니다. 삶을 억압하는 사회적, 개인적 조건은 파괴적 충동을 키우며, 이는 타인이나 자기 자신을 향한 적대감으로 표현됩니다. 삶의 충동과 파괴성은 반비례 관계에 있습니다. 삶이 실현될수록 파괴성은 감소하고, 삶이 좌절될수록 파괴성은 강해집니다.


6. 사회적 조건과 파괴성

 

파괴성은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 중산층의 파괴성: 종교개혁 시기의 금욕적 종교와 무자비한 신 개념은 중산층의 적개심을 도덕적 분노로 합리화했습니다.
  • 나치즘과 하류 중산층: (상층계급이나 하층계급이 아니라) 하류 중산층의 파괴적 충동은 나치즘의 대두를 지지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고립감과 삶의 좌절이 이들 계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3. 자동인형적 순응

 

1. 자동인형화: 고독 극복을 위한 대가

 

현대 사회에서 다수의 개인이 선택하는 도피 메커니즘은 자신의 개별적 자아를 포기하고 사회가 기대하는 성격 유형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개인은 주변 사람들과 동일해지며 고독과 무력감에서 벗어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개인이 치르는 대가는 자아 상실입니다.

 

이 메커니즘은 근대적 개인주의에 대한 환상과 대립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믿지만, 이는 착각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부분의 개인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외부에서 주입된 것임에도 이를 자신의 독창적 결과라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자동인형화 과정을 통해 자아를 상실하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자동인형화는 개인의 불안과 무력감을 심화시키며, 결국 새로운 권위에 복종할 준비가 된 상태로 만듭니다. 이는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인 사회적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2. 자아의 착각

 

인간의 감정, 생각, 의지는 자발적인 것으로 느껴지더라도 실제로는 외부의 영향에 의해 형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 독립적이라고 믿는 자아가 실제로는 외부의 기대와 압력으로 구성된 가짜 자아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진짜 생각과 가짜 생각의 차이

 

진짜 생각은 개인이 자신의 경험과 내면적 통찰을 바탕으로 형성한 독창적 사고입니다. 반면, 가짜 생각은 외부의 권위나 압력에 의해 형성된 것을 스스로 생각한 것처럼 착각하는 사고입니다.(정치적 의견, 미술 작품에 대한 평가, 혹은 일기예보와 같은 일상적인 사례에서조차 사람들은 외부의 정보를 자신의 생각으로 착각합니다.)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

 

감정 역시 자발적으로 발생한 진짜 감정과 외부의 영향으로 형성된 가짜 감정으로 나뉩니다. 가짜 감정은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압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개인은 이를 자신의 감정으로 착각합니다.(파티에서 쾌활하고 행복한 척하던 사람)

 

진짜 의지와 가짜 의지

 

대다수 사람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결정을 내린다고 믿지만, 이는 착각일 가능성이 큽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사회적 기대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결정된 것을 스스로의 의지로 받아들입니다.(자신이 결정한 결혼식 당일 갑작스러운 공황 상태를 느낌)

 

억압과 자아의 변형

 

가짜 행동과 가짜 감정은 억압된 진정한 자아에서 비롯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기대나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개인은 자신의 진정한 소망과 감정을 억누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본래의 자아는 점점 약화되고, 대신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에 맞춘 가짜 자아가 형성됩니다.(의학을 공부하는 한 학생이 자신의 진정한 꿈이 건축가였음을 깨닫게 되는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