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개 념 론
제7장 주관적 개념 Der Subjektive Begriff
1. 개념 Begriff : 개념은 모든 것의 생명이다
헤겔의 철학에서 개념이란 사물의 유기성과 발전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물의 본질과 생명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식물의 배아가 자라서 성숙한 식물이 되는 과정을 통해 개념의 유기적 통일과 발전성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헤겔의 개념은 단순한 추상적 사고가 아닌, 사물의 내부에서 생명력을 가지고 전개되는 것입니다.
형식논리학에서는 개념을 단순한 추상적 표상으로 다룹니다. 예를 들어, 여러 색깔로부터 '빛깔 일반'을 추출하는 것처럼, 특수한 것들로부터 공통된 요소를 추상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상적 개념은 구체적 사물을 설명하거나 도출해낼 수 없습니다. 헤겔은 이러한 형식논리학적 접근이 사물의 생명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헤겔의 개념은 그 자체로 특수와 개별을 포함하는 구체적 보편입니다. 따라서 헤겔의 개념은 형식논리학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제시합니다.
보편: 보편은 사물이 여러 특수한 규정이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유지하는 자기동일성입니다. 이는 구조적 의미와 역사적 의미로 나뉩니다. 구조적으로는 사물이 여러 요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를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는 것이 보편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사물이 여러 형태와 단계를 거치며 발전해도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보편입니다. 보편은 특수한 규정을 포함하면서도 그 자체로 유지되는 살아있는 자기동일성, 즉 구체적 보편입니다.
특수: 특수는 보편과 구별되지만, 보편이 드러난 형태로서의 특수입니다. 사물은 여러 특수한 측면과 요소들의 유기적 통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보편은 그 통일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로서 특수한 요소와 분리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물의 발전 과정에서 특수한 형태와 단계는 보편이 특수화된 결과입니다. 특수는 보편을 내포하고 있으며, 발전은 특수의 현재화와 보편의 실현입니다.
개별: 개별은 보편과 특수의 관계를 통일적으로 본 것입니다. 이는 사물이 유기적 통일을 유지하며 자기발전하는 주체로서, 자신의 존재와 발전의 근거를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물은 자기산출의 기구를 가지고 있으며, 상대적 자립성과 발전을 이루어갑니다. 보편과 특수의 통합체로서의 개별은 사물의 개념 그 자체입니다.
2. 판단 Das Urteil: 판단은 모든 것의 발전 형식이다
현실진행으로서의 판단: 개념의 객관적인 전개로서, 사물이 배(胚)로부터 특수화되고 발전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형식논리학에서는 판단을 주관적인 개념들이나 표상들의의 결합으로 보지만, 헤겔은 배로부터 분화 • 발전하는 사물이 본성을 나타내는 객관적 과정으로 해석합니다.
인식진행으로서의 판단: 사물의 객관적 판단의 발전은 동시에 그것을 파악하는 인식의 주관적 판단 발전입니다. 인식의 주관적 판단은 사물의 객관적 판단을 반영합니다. 판단은 임의적인 주관적 행위가 아니라, 사물의 발전을 반영하는 객관적인 행위입니다.
판단은 정재의 판단, 반성의 판단, 필연성의 판단, 개념의 판단이라는 4가지 기본 형태로 나뉘고 각기 3가지씩의 하위형태를 포함하여 전부 12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재의 판단: 정재의 판단은 감각적 인식 형태로, 예를 들어 "이 장미는 빨갛다"와 같은 판단입니다. 주어와 술어는 서로 결부되지 않는 우연적 관계에 불과하며, 주어와 술어 사이에 필연적 관계가 없습니다. 이 판단은 사물의 현상적 측면에 머무르며, 사물의 본질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반성의 판단: 현상면의 특수한 규정을 고집하는 정재의 판단과는 달리 반성의 판단은 현상들 사이의 법칙을 파악하는 인식입니다. 이는 단칭판단, 특칭판단, 전칭판단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칭판단은 일회적인 현상 속에서 법칙을 파악하고, 특칭판단은 많은 개별들을 포괄하는 보편의 인식입니다. 전칭판단은 모든 개별들을 포괄하는 보편명제로, 경험과학의 법칙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경험의 범위 내에 머무르기 때문에(반례의 가능성 때문에) 불완전한 보편일 수밖에 없습니다.
필연성의 판단: 사물의 유기적 통일, 즉 사물의 개념 그 자체를 파악하는 인식 방법입니다. 이 판단은 정언판단, 가언판단, 선언판단으로 구성됩니다.
정언판단은 사물의 실체를 파악하는 인식입니다. 실체는 사물의 특수한 요소들과 형태들의 불변적인 기초로서, 그 자체가 모든 현상을 떠받치는 구체적 보편입니다. 그러나 정언판단만으로는 실체가 왜 특정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가언판단은 실체가 특정한 형태로 나타나는 조건이나 원인을 밝히는 인식입니다. "만약 A가 존재하면 B가 존재한다"와 같은 형식을 취합니다. 그러나 A의 존재 자체가 가정적이고 조건적이기 때문에, 필연적 관계는 불완전합니다. 가언판단은 사물의 존재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선언판단은 특수를 포함하고 특수를 끌어내어 설명할 수 있는 보편을 인식합니다. "A는 B이든가 C이든가 등등이다"와 같은 형식을 취하며, 특수한 요소들과 형태들이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그 속에서의 연관과 지위를 설명합니다. 이는 사물의 유기적 구성을 파악하는 것이며, 주어와 술어, 보편과 특수가 일치하여 사물의 개념이 포착되는 것입니다.
개념의 판단: 사물의 구조와 함께 그 생성, 발전의 필연을 파악하는 인식입니다. 이는 사물의 보편적 구조뿐만 아니라 그 발생사까지 알아야 온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발전의 필연을 안다는 것은 사물로 하여금 발전하게 하는 모순을 아는 것입니다. 이는 사물의 현존재와 그 개념 사이의 모순으로, 사물의 특수와 보편의 모순입니다. 사물은 그 속에 자기 자신의 부정자를 지니고 있어 자기 자신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사물의 개념을 안다는 것은 그 부정자를 알고 그 발전의 필연을 아는 것이며, 동시에 그 현존재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념의 판단은 가치판단 형식을 취하며, 좋고 나쁨, 아름다움과 미움,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개념판단의 세 형태인 실연판단, 개연판단, 필연판단은 형식논리학의 양상판단과는 다릅니다. 그것들은 발전의 필연, 곧 객관적 당위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주관적 당위의 진전을 나타냅니다. 가치판단에 이르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인식이야말로 참된 인식이며 참된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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