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상징적 질서와 카오스
(1) 상징론과 기호론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상징적 질서와 카오스의 상호작용을 이론화한 주목할 만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녀는 상징적 질서와 카오스의 대립을 상징론(상징적인 것)과 기호론(기호적인 것)의 대립이라고 불렀습니다. 상징론은 상징적 질서를 가리키며, 기호론은 동물의 기호 활동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신호 수준의 기호 활동을 의미합니다. 상징적 단계 아래의 충동의 장은 신호 단계의 기호적 과정이 과잉된 상스를 잉태하여 상상적인 것으로 변한 카오스입니다. 인간의 기호 활동은 상징론과 착란된 기호론의 양층으로 이루어집니다.
크리스테바의 중층적 구도는 구조의 영구 독재와 주체의 지상권 모두를 거부하는 전략을 구사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상징적 질서는 각 개인에게 무대와 시나리오를 할당하며, 각 개인은 주체로서 상징적 질서에 속하게 됩니다. 주체는 상징적 질서의 한 귀퉁이에 노에시스-노에마적인 그물을 치고 눌러앉게 됩니다. 프로이트의 주체 분할 발견에 따라, 의식과 무의식의 이분법에 따라 표층에서 심층으로 내려가며 주체의 정위성에 앞서는, "정립(thèse)도 없고 정위(position)도 없는 율동적 공간"을 발견할 때, 우리는 주체 바깥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 바깥의 장에서 전개되는 기호 활동이 기호론입니다.
크리스테바는 인간의 기호 활동을 상징론/기호론이라 부르며, 기호론은 충동의 흐름을 다룹니다. 생명체들의 기호론은 에로스(삶에의 본능)로 통일되어 있으나, 인간의 기호론은 에로스와 타나토스(죽음에의 본능) 양자를 과도하게 잉태하고 있습니다. 충동은 양의적이고 정복적이며 동시에 파괴적입니다. 프로이트는 죽음에의 충동을 가장 충동적이라 서술했으나, 이는 모든 충동이 삶과 죽음의 이중성을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끊임없이 유동하며 충동은 기묘한 역동성을 획득합니다. 크리스테바는 이러한 율동적인 운동성을 부정성(negativité)이라 부릅니다.
타나토스를 생명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피하고, 타나토스의 측면을 무시하는 사이비 퓌지스의 이데올로기를 물리쳐야 합니다. 부정성은 파괴적일 뿐만 아니라 생산적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시원도 없고 종말도 없는 과정의 한 계기입니다. 기호론적 부정성과 상징론적 질서 사이의 변증법의 극한이 크리스테바의 분석 핵심입니다.
상호작용은 통시적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거울상 단계의 모순과 아버지의 법에 의한 해결을 통해 상부구조로서의 상징론이 확립됩니다. 기호론은 전(前)오이디푸스기의 기호 활동에 대응하며, 상징론에 앞선 순수 기호론은 이론적 가설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언제나/이미 상징론/기호론의 복합체 속에 존재합니다. 통시적 문제를 논한 후, 중층구조의 역동성을 문제삼고자 합니다.
(2) 축제
크리스테바의 이론에 따르면, 상징적 질서는 기호론을 억압하여 정적인 구조로 확립됩니다. 반면, 기호론은 틈을 찾아 분출함으로써 상징론을 유동적으로 바꾸며 그 구조를 변화시킵니다. 따라서 분석의 대상은 상징론의 구조뿐만 아니라 상징론과 기호론을 관통하는 전체적인 의미화(significance) 과정입니다. 기호론적인 카오스가 상징적 질서로 침입하는 것은 상징적 질서의 이데올로기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코스모스와 노모스라는 두 불연속적인 계열 사이의 은유적 대응을 통해 토테미즘을 설명합니다. 희생의 논리는 신과 인간 사이의 환유적 연속적 회로를 열기 위한 것으로, 상징적 질서의 해체와 재구축을 의미합니다. 희생은 상징적 질서를 처음 세운 '일격'의 의식적 재연이며, 이를 통해 상징적 질서는 주기적인 축제와 잉여의 처리 메커니즘을 갖추게 됩니다.
포틀래치(potlatch)와 공동체 바깥과의 재물 교환은 카오스의 개입을 통해 상징적 질서를 보완하는 예입니다. 포틀래치는 무한한 낭비와 과시를 통해 카오스를 재현하며, 이는 상징적 질서와 대립하지 않고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동체 바깥과의 재물 교환은 카오스를 바깥으로 투사하여 무마하는 과정이며, 침묵 교역과 같은 특수한 양식이 고안됩니다. 재물의 교환은 상징적 질서를 침식하며, 특정한 재물은 약/독의 특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재물의 교환이 개개의 상징적 질서를 침식하여 전면적으로 전개될 때, 이 과정에서 특정화된 재물이 물신으로서의 화폐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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