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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군주론-마키아벨리-9

by Ang ga 2025. 3. 23.

제22장. 측근과 각료 – 군주의 주변 참모에 관해

 

22-1. 측근을 보면 군주의 분별력이 보인다

 

군주의 통치는 단독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은 측근과 각료, 즉 군주의 대리인이 맡게 되며, 이들의 자질과 충성심은 군주 자신의 통치 능력과 직결된다. 군주의 분별력은 곧 그의 참모진을 보면 알 수 있다.

  •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재상을 기용한 군주는 현명하다고 평가된다.
  • 반면, 무능하거나 자기 잇속만 차리는 자를 곁에 둔 군주는 분별력을 상실한 인물로 간주된다.

예컨대 시에나의 군주 판돌포 페트루치안토니오 조르다니라는 훌륭한 참모를 두었는데, 이로 인해 군주 자신 역시 현군으로 칭송받았다. 이는 뛰어난 참모를 알아보고 중용할 줄 아는 군주의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22-2. 참모의 유형: 누가 유능한 인물인가

 

사람의 두뇌, 즉 사고 능력은 세 부류로 나뉜다.

  • 첫째, 스스로 판단하여 이치를 꿰뚫는 자 – 가장 우수하다.
  • 둘째, 타인의 말을 듣고 그 뜻을 이해하는 자 – 훌륭하다.
  • 셋째,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남이 가르쳐줘도 모르는 자 – 무능하다.

군주가 첫째 부류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둘째 부류에는 해당해야 한다. 즉, 스스로 창의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더라도 참모의 언행을 분별하고 선악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군주는 좋은 참모의 충성에 보답하고, 불충한 자를 벌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벌체계 덕분에 참모는 군주를 속이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성실하게 행동하게 된다.


22-3. 군주의 기준, 참모의 도리

 

군주는 자신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자를 절대 곁에 두어서는 안 된다.

  • 참모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군주의 이익에만 전념해야 하며,
  • 오직 군주의 안녕과 국정에 몰두해야 충직한 각료로 인정받는다.

반대로, 군주 역시 충성스러운 참모에게 높은 지위와 명예, 재산을 보장하고, 군주 없이는 설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상호 의존과 보상의 관계가 확립될 때, 군주는 각료의 충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각료는 체제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어 반역의 가능성은 차단된다. 이 균형이 깨지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해를 입게 된다.


제23장. 아첨과 조언 – 아첨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23-1. 아첨꾼은 궁정의 가장 위험한 존재다

 

군주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궁정 내부에 자리한 아첨꾼들이다.
아첨은 군주의 판단을 흐리고, 조언을 왜곡시키며, 결국 정책의 실패와 민심 이반을 초래한다.

사람은 본래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기 쉬운 존재다. 이러한 인간 본성은 군주를 아첨이라는 질병에 빠뜨리기 쉬운 구조를 만든다.

  • 아첨꾼을 피하려면, 진실을 말해도 벌받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며,
  • 이 과정에서 때로는 군주의 위신이 훼손되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23-2. 현명한 조언 체계는 이렇게 구축된다

 

군주는 모든 이에게 자유로운 간언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오직 자신의 허락을 받은 일부 사람만이 정해진 방식에 따라 간결하고 진실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군주는 모든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 답을 듣고 경청한 후에 자신의 방식대로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
  •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조언자는 자신의 말이 실현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 군주는 여러 의견을 통합해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23-3. 반면교사: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실패

 

황제 막시밀리안 1세는 비밀을 지나치게 중시해,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무엇을 하려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 그의 결정은 매번 번복되었고,
  • 참모진은 실행 직전까지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으며,
  • 그 결과 모든 결정은 신뢰를 잃었고, 그는 우유부단한 지도자의 전형으로 남게 되었다.

이 사례는 군주가 지나치게 닫힌 조언 구조를 갖게 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23-4. 참모의 역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주의 지혜

 

일반적으로 뛰어난 군주 곁에는 뛰어난 참모가 있다고 믿지만, 마키아벨리는 이 통념을 부정한다.

  • 현명한 군주만이 좋은 조언을 걸러낼 수 있고,
  • 여러 관점의 조언을 분별해 유익한 선택을 하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자질이다.

참모가 아무리 현명해도, 군주가 이를 받아들일 지혜를 갖추지 못하면 그 조언은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훌륭한 통치는 뛰어난 참모가 아니라, 분별력 있는 군주에게서 비롯된다.

 


제24장. 패망과 존속 – 이탈리아 군주는 왜 나라를 잃었는가?

 

24-1. 신생 군주의 장점과 세습 군주의 이중의 치욕

 

지금까지의 사항들을 지킨다면 신생 군주가 오히려 세습 군주보다 더 안전하고 견고한 권력을 누릴 수 있다.

  • 그 이유는 신생 군주가 자질과 행보를 통해 민심을 사로잡아야만 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입지를 더 철저히 다듬기 때문이다.
  • 백성들은 과거보다 현재를 중시하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만족을 얻으면 새로운 군주에게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충성하게 된다.

그에 반해, 오랫동안 안정된 통치를 해오던 세습 군주가 무능함을 보일 경우, 그 실책은 곧 이중의 치욕으로 되돌아온다.

  • 그에게는 세습된 명문가의 권위가 있었기에 더욱 많은 기대가 걸려 있었고, 그만큼 몰락의 여파는 더 크게 느껴진다.

24-2. 나라를 잃은 이탈리아 군주들의 공통된 실책

 

마키아벨리는 오늘날 이탈리아에서 몰락한 군주들 – 예컨대 나폴리의 페데리코 1세, 밀라노의 루도비코 스포르차 – 을 언급하며 그들이 몰락한 주된 원인은 무능함과 자질 부족이라고 단언한다.

  • 군사적으로 허약하고,
  • 백성과 귀족 어느 쪽의 지지도 받지 못했으며,
  •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외세나 운에 의존했다.

이는 반대로, 진정한 전사로서 민심과 귀족의 충성을 확보한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5세의 사례와 대비된다. 비록 열세였지만 그는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나라를 지켜냈다.


24-3. 안일한 태도와 실패한 대비

 

몰락한 군주들은 평화의 시간에 취해 위기의 조짐을 무시했으며,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는 싸우기보다는 도망갈 궁리만 했다. 더 나아가 타국의 도움에 기대어 백성이 자신을 다시 불러주길 기다리는 비현실적인 희망에 의존했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 복구되지 않은 권력은 진정한 힘이 아니다". 외부의 도움은 통제할 수 없고, 항상 일관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와 권력은 궁극적으로 군주의 자질에 달려 있다. 외부의 도움이나 상황 탓을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어떤 능력이 부족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군주의 덕목이다.


제25장. 인간과 운명 – 인간은 운명에 얼마나 지배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25-1. 운명의 여신은 절반만 지배한다

 

마키아벨리는 운명이 인간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유 의지 또한 절대 포기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운명은 때때로 거대한 급류처럼 마을과 도시를 휩쓸어 버린다. 그러나 우리가 미리 수로를 정비하고 제방을 쌓았다면 그 급류를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운명 또한 마찬가지다. 대비하는 자, 준비된 자에게 운명은 덜 가혹하다.


25-2. 시운을 읽고 변화할 줄 아는 자가 살아남는다

 

마키아벨리는 사람들이 동일한 자질을 지녔음에도 오늘은 성공하고 내일은 실패하는 이유를 시대상황과의 부조화에서 찾는다.

  • 어떤 이는 신중하고 느리지만 성실한 방식으로, 또 어떤 이는 대담하고 거칠게, 혹은 음험하고 교활하게
    자신의 목적을 추구한다.
  • 그런데 모든 방식이 옳거나 모든 방식이 틀린 것이 아니라, 그 방식이 시대와 맞아떨어지는가가 관건이다.

운에 의지하던 군주는 운이 바뀌는 순간 곧바로 몰락한다.

  • 따라서 위대한 군주는 자신의 성향을 시대에 맞게 유연하게 바꿀 줄 아는 자여야 한다.
  •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기질을 쉽게 버리지 못하며, 한번 성공한 방식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된다.

25-3. 과감한 접근이 시대를 제압한다

 

마키아벨리는 신중함보다 과감한 자세를 더욱 높게 평가한다. 그 이유는 운명의 여신은 여성과 같기 때문이다. 여성을 손에 넣고자 할 때, 두드리고, 밀어붙이고, 주도권을 쥐는 자가 승리하듯, 운명 또한 공격적인 자에게 기울기 쉽다.

  • 교황 율리우스 2세는 그 대표적인 예다. 그는 우유부단한 외교보다 과감한 진군을 선택했고, 이러한 단호한 행보가 시대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방식은 마치 한 순간의 무모함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이의 이목을 사로잡는 위대한 결정이었다.


25-4. 결론 – 시대는 변한다, 방식도 변해야 한다

 

성공한 군주와 몰락한 군주를 가르는 분기점은 유연성이다. 과거에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방식이 시대 변화에 따라 오히려 패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지도자는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자기 자신을 재조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 운명은 항상 움직이고,
  • 시대는 끝없이 바뀐다.
  • 그러므로 통치자는 더 빠르게, 더 대담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위대한 출신과 자질을 지닌 군주라 해도, 결국 운명의 여신에게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제26장. 조국과 해방 – 야만족 압제에서 벗어나는 이탈리아 해방을 위한 권고

 

26-1. 무르익은 질료와 새로운 형상: 구원자를 기다리는 이탈리아

 

마키아벨리는 이 장에서 이탈리아의 절망적인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바로 그러한 절망이야말로 구원자에게 가장 완벽한 ‘질료’가 된다고 말한다. 그가 꿈꾸는 구원자는 메디치 가문과 같은 현실의 군주이며, 그들이야말로 이탈리아의 회복과 통일을 이끌 신생 군주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 이탈리아의 현실은 참담하다. 정치적 분열, 외세의 침탈, 민중의 고통, 도덕적 타락이 극에 달했다.
  • 하지만 이러한 혼란은 모세, 키루스, 테세우스와 같은 구원자의 등장을 통해 구원될 준비가 되었다는 증거다.
  • 따라서 이탈리아는 형상을 기다리는 질료처럼 새로운 정치질서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 형상은 다름 아닌 유능한 군주로 나타나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에게 이런 기회를 ‘신이 내려준 기회’라고 규정하며, 운과 자질을 겸비한 지금의 역사적 시점에서 이탈리아는 전례 없이 변화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26-2. 종교적 상징을 통한 정치적 호소: 신의 가호를 입은 군주

 

그는 메디치 가문을 이탈리아를 구할 ‘기름 부음 받은 자’처럼 묘사한다. 마키아벨리는 신의 뜻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결합해야 이탈리아 해방이라는 위업이 성취될 수 있다고 보았다. 신은 인간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길을 비추지만, 그 기회를 붙잡고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26-3. 군사력과 정치철학의 결합: 이탈리아는 국군부터 만들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의 현실을 단순히 도덕적 타락이나 귀족의 탐욕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그는 국가의 해방을 위해선 군사력, 그것도 자국민으로 구성된 정예 국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지금까지 이탈리아가 패배한 것은 병사들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지도자의 무능함, 우유부단함, 통일된 명령의 부재 때문이다.
  • 타로, 카푸아, 메스트리 등의 전투에서 이탈리아 병사들은 뛰어난 개인 능력에도 불구하고 군으로서의 응집력과 체계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메디치 가문에게 다음을 제안한다:

 

“모든 위대한 위업의 출발점은 ‘자국민으로 구성된 국군’이다.”

  • 스위스 보병은 강력하지만 동일한 보병 앞에서는 약하고, 스페인 보병은 기병에 약하다는 점을 들어, 제3의 신개념 보병을 창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라벤나 전투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무기체계와 전투편제의 가능성까지 제시하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군사 개혁론을 피력한다.

26-4. 민심은 이미 준비되었다: 이제 필요한 건 깃발을 드는 용기

 

마키아벨리는 이 장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거의 시인처럼 말한다. 이탈리아는 이미 구원자를 기다릴 준비가 끝났으며, 민심은 그 어떤 군주보다 전하(메디치)의 등장에 더할 나위 없는 환영을 보낼 것이라고 말한다.


26-5. 정치적 결론 – 시대적 사명을 실현하라

 

마키아벨리는 이 글을 메디치 가문에게 바치며, 단순한 조언을 넘어서 역사적 사명을 부여하고 있다.

  • 이탈리아는 지금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되찾아야 할 때이고,
  • 메디치 가문은 그 정체성 회복의 선봉에 서야 할 사명을 지닌 운명의 주체자이다.

26-6. 결론

 

『군주론』의 제26장은 마키아벨리 정치철학의 정점이자, 실제 이탈리아 통일의 이데올로기적 기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장은 정치적 리더십, 군사적 현실주의, 국민적 열망, 그리고 국가정체성 회복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압축되며, 그것은 곧 “정의로운 통일국가 건설”이라는 꿈으로 집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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