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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구상력의 논리-미키 기요시-12

by Ang ga 2025. 5. 21.

8. 균형과 긴장으로서의 제도

 

1. 습관은 생리적 기능처럼 환경과의 통합적 작용이다

 

습관은 유기체와 환경의 협동을 필요로 한다

  • 습관은 호흡, 소화 등 생리적 기능과 유사하게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성립된다.
  • Dewey의 말처럼 습관은 인간 능력과 외부 조건의 ‘작업적 적응(working adaptation)’이다.

 

습관은 기술적이며 표현적이다

  • 습관은 단순히 반복되는 본능이 아니라, 기술(技術)과 같이 형성된 능력의 형식이다.
  • 모든 습관은 기술이며, 모든 기술은 습관적이다.
  • 이는 곧 주관과 객관, 인간과 환경의 통일적 실현을 의미한다.

 

2. 습관은 균형이며 형을 형성한다

 

습관은 개인과 환경 사이의 균형이다

  • 습관은 균형으로서 형의 기초가 된다. 이 균형은 물리적 힘의 정량적 평형이 아니라,
    자발성과 수동성의 구조적 통합이다.
  • 환경에의 적응은 단순한 외부의 작용이 아니라, 개체로부터의 능동적인 이니셔티브(initiative)로부터 비롯된다.

 

습관은 능동성을 높이고 수동성을 낮춘다

  • Ravaisson: “습관은 능동성을 높이고 수동성을 낮춘다.”
  • 이는 습관이 본능처럼 자동화되지만, 단순한 반사적 기제가 아니라 자기 규제적 실현으로서 작동함을 의미한다.
  • 습관은 본능과 유사하되, 사상을 내포한 기술적·합리적 작용이다.

 

3. 습관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적응이며 내면적 균형의 구현이다

 

습관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적응이다

  • 환경에 대한 적응은 우연적일 수 있으나, 습관은 언제나 존재의 자기 자신에 대한 구조적 적응이다.
  • 이러한 자기 적응은 단순한 반응이 아닌, 정신과 신체의 내면적 통일로 나타난다.

 

자기 모방은 인간 행동의 반복성을 내포한다

  • 환경 적응은 외적 모방, 자기 적응은 자기 모방(self-imitation)이다.
  • 습관은 인간의 능동성과 자율성을 유지하게 하는 방식이며, 형의 형성은 이와 같은 자기 반복에서 비롯된다.

 

개체는 환경에 대한 반응체가 아니라 형성자이다

  • 생명은 단순히 외부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규정하면서 자기 자신도 규정한다.
  • 개체성은 집중, 구조화, 자율성이라는 특성을 통해 드러난다.
  • 이러한 개체성의 가장 핵심적인 표현이 바로 자기 모방=습관=형이다.

 

4. 습관은 구상력을 통해 ‘형’을 구성한다

 

습관의 구조는 단순 반복이 아닌 형의 발생이다

  • 습관은 단순히 익숙함이나 기계적 반복이 아닌, 정신과 신체, 환경과 주체 사이의 균형적 형식이다.
  • 이러한 형식은 구상력(imagination)의 논리를 통해 형성된다.

 

구상력은 자율성과 반복성, 환경과의 상호성을 통합한다

  • 구상력은 환경에 대한 대응과 내면의 창조성을 하나로 통합한다.
  • 인간이 환경을 재구성하고, 자신을 형성하며, 행동을 구조화하여 문화적 형식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바로 습관 안의 구상력이다.

 

5. 생명은 형을 만드는 존재이며, 자기 자신을 모방한다

 

생명은 환경과 자기 자신에 대한 모방으로 성립된다

  • Tarde는 사회 현상의 모방을 생물학의 유전과 비교하였다.
    모방은 외부 대상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이 반복하는 것이며, 이는 기억, 습관, 유전까지를 포괄하는 monadology적 개체성의 기반이다.
  • Tarde의 사상에서 자기 자신의 모방(self-imitation)은 생명의 근본적 표현이다.

 

형은 생명의 창조 행위이다

  • Brachet: 생명은 ‘형의 창조자’이다.
    생명은 환경에 대한 반작용과 자기 자신에 대한 반작용을 동시에 수행하며, 그 작용의 결과로 형이 생성된다.
  • 여기서 ‘형’은 단순한 형태가 아닌 정신과 신체, 수동성과 능동성의 균형의 결과이다.

 

6. 노력은 형의 논리이다: 능동과 수동의 결합

 

노력은 수동과 능동의 긴장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행위이다

  • Ravaisson: 노력은 수동성과 능동성의 접점이다.
  • 노력은 수동석와 능동성의 공통 한계선이며 중간항, 다시 말해 구상력적 긴장의 장(場)이다.

 

노력은 생명의 자율성의 표현이다

  • Fichte적 자아철학처럼 인간을 환경과 무관한 존재로 파악하면 노력이 균형의 장으로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 진정한 노력은 외부에의 적응과 동시에 자기 자신의 구조에 대한 내면적 조화의 운동이다.

 

7. 습관은 기술이다: 외부 적응과 내면 구조의 통일

 

습관은 기술적이다: 환경과 인간의 작업적 통합

  • Dewey는 습관을 “작업적 적응(working adaptation)”이라 보았고, Ravaisson은 노력(tact)을 기술의 총합으로 보았다.
  • 이 기술성은 단순 반복이 아닌, 주관과 객관의 유기적 통일이다. 습관은 지각과 판단이 실현된 구상적 사유의 기초이며 형의 기반이 된다.

 

기술은 구상력에 속한다: 발명의 논리로서의 형

  • Dewey: 사상이 결여된 습관은 무의미하고, 비사유적 습관은 비효율적이다.
  • 기술은 단순 수단이 아닌 의미 형성의 구조이며, 구상력의 표현이다. 기술은 과학에 의존하지만, 과학 이상의 것, 즉 형을 발명하는 능력이다.

 

8. 기술은 주관과 객관의 긴장을 통해 형성되는 구조이다

 

기술은 주관과 객관의 역동적 통일이다

  • 기술은 순수 과학처럼 단순히 객관적이지 않고, 객관적인 것은 주관화되고, 주관적인 것은 객관화되는 전환의 장이다.
  • 이 상호작용은 단순 교환이 아니라, 주체성의 우위에서 통합된다. 따라서 기술은 도구적 수단이면서 동시에 목적 지향적 자기구조화이다.

 

기술은 내면적 형성력이다: 신체와 정신의 결합 원리

  • 습관에서의 기술은 단지 외적 기술이 아니라 정신과 신체의 통합을 이끄는 내적 기술이기도 하다.
  • Kassner의 표현처럼, 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연결하는 것은 구상력이다. 그리고 이 구상력은 신화적 마술이 아닌, 철학적·기술적 통일의 논리이다.

 

9. 생명은 기술적 존재다: 기술은 생명의 형식이다

 

생명은 기술을 통해 환경에 적응한다

  • 모든 생명 활동은 기술적이다. 생물학적으로 신체는 환경 적응의 결과이며, 이는 기술적으로 조직된 구조(organization)이다.
  • 자연 자체도 기술적이며, 기술은 조직과 구조를 낳는 형성의 원리이다.

 

생명과 구조는 분리될 수 없다

  • 구조를 가지는 모든 존재는 기술적으로 생성된 것이며, 기술이란 형(form)의 창조 행위이자 형의 유지를 의미한다.

 

10. 본능도 구조적이지만, 기술과는 다르다

 

본능은 유기적 구조에 불가분이다

  • 본능은 특정 유기체의 생리적 구조에 따라 형태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예: 벌의 성별이나 곤충의 성장 단계별 본능의 차이 등
  • 본능은 환경 적응과 개체 적응을 동시에 실현하는 이중의 자연적 조화이다.

 

본능은 자연 속에 잠긴 사상이다

  • Segond: 본능은 일종의 사상(pensées)
  • Lachelier: 본능은 ‘자연의 이데에’
  • 그러나 본능은 자각 없는 자연의 흐름이며, 기술처럼 외부를 구성하지 않는다.

 

11. 습관은 제2의 자연이다: 기술은 습관화된다

 

기술은 습관적으로 된다: 자연과의 통합

  • 모든 기술은 반복과 습득을 통해 습관적으로 정착되며, 이로써 제2의 자연으로 기능하게 된다.
  • 습관은 기술적 합리성자연적 자발성이 통합된 형식이다.

 

그러나 기술은 본능과 다르다

  • 본능은 유기적 기관과 불가분이며 ‘타고난 작용’
  • 기술은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인위적 작용이며, 이는 생명의 자기 초월(self-transcendence)이라는 점에서 본능과 구분된다.

 

12. 기술은 구상력이다: 단순한 지성이 아니다

 

기술은 도구를 창조하는 힘이다

  • 본능이 내면적 공감(sympathie)에 기초한 자연적 작용이라면, 기술은 외면적 조작(external manipulation)에 기초한 도구적 작용이다.
  • 도구는 자연에 속하지 않고, 인간의 의식과 구상력에 의해 구성된다.

 

기술은 구상력에 속한다

  • 기술은 단순한 추상적 합리성(지성)의 결과가 아니라, 형을 창조하는 상상력(imagination)과 구상력(imaginative form)의 작용이다.
  • 따라서 기술은 기계적이지만 비자연적, 외면적이지만 초월적이다. (이것이 바로 Bergson 철학이 간과한 초월로서의 기술의 의미이다.)

 

13. 제도는 기술이다: 도구의식과 제도 형성

 

제도는 본능에서 나오지 않는다

  • Judd: 제도는 ‘도구 의식(tool consciousness)’의 산물이며, 본능이 아닌 구상적 기술 행위를 기반으로 한다.
  • 제도는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구적 구상력에 의해 기술적으로 구축된다.

 

제도는 구상력의 기술적 조직체이다

  • 제도는 구조를 갖춘 형의 체계이며, 이는 단순한 생득적 활동이 아닌 형을 설계하는 발명적 정신의 결과이다.
  • 기술은 습관화되며 제도가 되고, 제도는 도구의식을 통해 사회적 형식으로 전환된다.

 

기술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형을 낳는 힘이다

  • 기술은 인간과 세계를 잇는 구상력의 실천적 표현이며, 제도는 그 구상력이 남긴 사회적 형(形)의 결정체이다.
  • 결국 제도는 자연도 아니고 단순한 인위도 아닌, 구상된 생명 그 자체이다.